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첫 번째 암호화폐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 가운데, 그의 첫 주 정책들이 가상자산 업계와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공언했으며, 취임 이후에는 관련 공약 이행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PYMNTS의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 업계는 2024년 선거 사이클에서 전체 기업 정치 후원금의 약 48%를 차지하며 트럼프 당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친암호화폐 성향을 가진 의회 의원 250명과 16명의 상원의원이 선출되었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업계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3일, 첫 번째 주요 행보로 ‘디지털 금융 기술에서의 미국 선도 지위 강화’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명령은 연방 차원의 가상자산 규제 초안을 작성하고, 국가 디지털 자산 비축 방안을 탐구하며,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업계를 위한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로, 온라인 다크웹 마켓 ‘실크로드’의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사면했다. 또한 지난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한 회계 기준인 SAB 122를 철회하며 은행과 암호화폐 산업 간 협력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중 최소 8개의 가상자산 관련 약속을 내세웠고, 현재까지 8개 중 6개를 이행했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취임 직후 트럼프는 개인 브랜드를 내세운 밈 코인($TRUMP와 $MELANIA)을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으나, 전문가들과 업계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밈 코인은 출시 첫날에는 급등했으나, 이후 시장 변동성과 신뢰도 문제로 인해 가치가 급락했다.
암호화폐 투자사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의 파트너 닉 카터는 이를 두고 “밈 코인 출시로 인해 가상자산 산업이 진지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내 가상자산 혁신 지형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미국 시장에 더 집중하기 위해 영국 지사를 폐쇄하는 등 규제 완화 기조가 투자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자산에 대한 국정 방향을 ‘규제 완화와 혁신 장려’로 설정하고 있으며, 향후 가상자산 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