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 산업에 발을 들이며 새롭게 설계된 밈코인(meme coin)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행보는 암호화폐 소유와 관련해 엄격한 윤리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직면한 제한을 비껴가는 것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더인터셉트는 트럼프가 취임 직전 출시한 밈코인 ‘$TRUMP’가 월요일 기준 50억 달러(약 7조 2,500억 원)에 달하는 명목 시가총액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코인은 투자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명시되었지만,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대해 “매우 상업적이고 저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가 밈코인을 통해 직접적인 금융 이익을 얻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의 트럼프 재단과 밈코인 발행 기업은 약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추가 매각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것이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수장 임명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윤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암호화폐 소유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윤리 규정은 2022년 강화되었다. 연방 공무원이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해당 업무를 감독할 경우 이익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대통령과 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980년대 조지 H.W. 부시 행정부 당시 해당 예외 조항이 추가된 결과다.
워싱턴 대학교 법학 교수 캐슬린 클라크는 “대통령에게도 일반 공무원 수준의 윤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법적 공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민주당 하원의원 로 칸나 역시 모든 선출직 공무원이 밈코인 소유를 금지하는 명확한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의 암호화폐 진출은 SEC와 CFTC의 감독 권한을 약화시키고 금융 규제를 완화하려는 암호화폐 업계의 로비 활동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사 파라다임(Paradigm)은 정부 관계자들이 최소한으로라도 암호화폐를 보유하도록 허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해 상충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며 해당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의 밈코인 발행은 정치적 윤리와 관련한 새로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향후 규제 방향과 암호화폐 산업의 신뢰도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