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 시장의 외환 거래가 감소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는 급증하며 국제 금융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도 낮은 외환 및 금리 거래 수익을 기록할 전망이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와 밀접히 관련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에크(VanEck) 디지털 자산 연구 수장 매튜 시겔에 따르면, 올해 외환 거래 기반 수익은 전년 대비 17%, 외환 데스크와 관련된 수익은 9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금융 기관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였던 외환 시장이 약화된 것은 기존 시스템의 한계와 전자 거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거래 마진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이러한 하락세와 대조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2024년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월평균 거래량은 약 4,250억 달러를 기록하며, 테더(USDT)와 USD 코인(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를 넘어 국경 간 송금과 같은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에서도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신흥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대체 사용 비율이 69%에 달하며, 39%의 사용자가 이를 해외 결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흐름은 금융 시장에서 기존 시스템과 디지털 자산 간의 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요인으로는 기존 외환 시스템 대비 낮은 비용과 빠른 거래 처리 속도가 꼽힌다. 실제로 국경 간 송금 소요 시간이 줄어들고, 수수료가 대폭 감소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서비스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이 같은 효율성은 특히 국제 송금과 무역 금융에서 기관 및 개인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금융 환경의 디지털 전환에 촉매제를 제공하고 있다.
매튜 시겔은 “어느 금융 기관이든 지금 시점에서 크립토 데스크를 구축하지 않는 것은 경솔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며, 기존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행들이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 시스템의 통합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미 일부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디지털 자산 기반 투자 상품과 송금 솔루션을 이용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이 모든 금융 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높은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문제, 그리고 각국 규제 당국의 상이한 정책적 환경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및 디지털 자산 관련 서비스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에 따라 전통적인 외환 시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흥 시장과 국경 간 거래에서 전통 자산을 대체하는 디지털 자산의 활용이 가속화되면서 금융 생태계의 중심축이 변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 체제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수용하거나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은행 및 금융 기업들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 시스템 재편이라는 광범위한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단순히 기술적 발전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