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23년 만에 재등장한 엔론, 암호화폐 토큰 발행 암시
한때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던 엔론(Enron)이 파산 후 23년 만에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회사가 부활한다는 공지가 등장했지만, 이는 본격적인 사업 재개의 신호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일종의 풍자적 장난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들은 암호화폐 토큰 발행을 암시해 화제를 모았다.
2023년 12월 2일, 한 단체가 엔론의 재탄생을 선언하며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기업을 창립하겠다는 메시지를 X(구 트위터)에 게시했다. 이는 엔론이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선언한 2001년 12월 2일로부터 정확히 2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후 해당 단체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옛 엔론 본사 인근의 광고판과 휴스턴 크로니클 신문 전면 광고까지 활용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이들은 이후 삭제된 X 게시물에서 “아직 어떤 토큰이나 코인을 발행하지 않았다(yet), 하지만 곧 보여줄 멋진 것이 있다”고 밝혀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이 단체는 엔론의 이름과 도메인을 재활용한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이 웹사이트의 정보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패러디이며, 공연 예술의 일부로 오로지 엔터테인먼트 목적에 사용된다”고 명시했다.
풍자를 둘러싼 논란과 과거의 그림자
최근 부활을 알린 ‘엔론’ 브랜드는 사실 과거 에너지 대기업 엔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엔론 상표권은 현재 아칸소주에 있는 ‘컬리지 컴퍼니’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코너 게이도스는 과거 ‘새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음모론적 농담을 유행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A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엔론 재등장’을 두고 전직 직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편, 과거 엔론의 파산 절차를 도왔던 다이애나 피터스는 이를 두고 “매우 불쾌한 농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왜 굳이 과거의 아픔을 끄집어내는가?”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엔론 사태로 모든 것을 잃었고, 이는 당시 직원들의 삶을 조롱하고 있다. 이런 농담을 한 사람들은 사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반면 엔론의 전 부사장이었던 셰론 왓킨스는 “코미디는 불편한 역사를 직면하게 만드는 데 유용하다”며 사태를 비교적 관대하게 바라봤다.
엔론 파산과 여파
1990년대에 엔론은 회계 부정을 통해 손실을 숨기고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오프쇼어 계좌와 특수목적 법인을 활용해 막대한 부채를 가려냈으며, 이로 인해 기업의 재무상태는 실제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그러나 2001년 현실이 드러나며 기업은 분식회계를 정정해야 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결국 엔론 주가는 폭락했으며, 같은 해 12월 회사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선언했다. 당시 2만 명 이상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으며 파산의 여파는 막대했다. 엔론의 몰락은 기업 윤리와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전 세계 비즈니스 업계에 큰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번 ‘엔론 부활’을 둘러싼 사태는 당시 사건의 상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동시에, 이를 단순히 하나의 풍자적 요소로 받아들이는 시각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이 계획 중인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과거 엔론의 부정적인 유산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건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