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새로운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가 발표한 암호화폐 관련 새로운 초안 가이드라인이 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2월 4일 발표된 이 정책 초안은 다수의 디지털 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며, 관련 기업들이 반드시 금융서비스 라이선스를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이 정식 채택될 경우, 호주의 암호화폐 기업들은 더욱 엄격한 규제 아래 놓이게 된다.
ASIC의 가이드라인은 호주 내 암호화폐 기업들의 운영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초안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대다수의 기업은 ‘호주 금융 서비스 라이선스(Australian Financial Services License, AFSL)’와 ‘호주 시장 라이선스(Australian Market License)’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조디아 커스터디의 케이트 쿠퍼 CEO는 “암호화폐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라며 “준법 감시는 이제 더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스타트업, 업계 탈출 우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소규모 기업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법인 클라이드앤코의 리암 헤네시 파트너는 “대규모 기업들은 규제 및 준법 관련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소규모 기업들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ASIC의 새 규제가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암호화폐 법률 전문가 조니 피로비치는 “호주 내 암호화폐 기업 운영이 비슷한 규모의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더욱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사업 런칭을 고려할 것이라고 LinkedIn을 통해 전망했다.
블록이어너(Block Earner)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찰리 카라보가는 ASIC의 방향성을 환영하면서도 소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예를 들어, AFSL 취득을 위해 기업이 보유해야 할 자금은 스타트업에게 사실상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카라보가에 따르면 ASIC은 해당 요건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젊은 산업에 ‘명확성’ 제공하지만…
ASIC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산업 내 명확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스위프트엑스(Swyftx)의 제이슨 티트먼 CEO는 성명을 통해 “이 정책은 시장에 중요한 규제적 명확성을 제공한다”며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그는 “호주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강도 높게 규제하려는 것 같다”며, 호주의 독자적 규제가 업계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부 디지털 자산은 금융상품 분류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ASIC은 스테이블코인, 네이티브 토큰 스테이킹 서비스, 거래소 토큰 등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려는 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및 밈코인과 같은 일부 자산은 규제 범위 밖에 있을 수 있다.
암호화폐 기업에 참여 독려
ASIC는 새로운 규제안 적용 전에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년 2월 28일까지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ASIC의 앨런 커클랜드 위원은 성명을 통해 “책임감 있는 금융 혁신의 성장을 촉진하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책은 호주의 암호화폐 업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확성을 제공하며 시장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는 산업의 일부를 정리하고 남은 기업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 정부가 신생 산업의 성장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