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즈, 비트코인 비판 후 13년 만에 ‘유감’ 표명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이하 FT)가 지난 13년 동안 비트코인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한 끝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이른바 ‘사과’를 표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조는 ‘미안하지 않다’는 태도가 묻어나는 씁쓸한 것이었다.
이번 입장은 FT의 금융 뉴스 및 의견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알파빌(Alphaville)’ 섹션의 시티 에디터 브라이스 엘더(Bryce Elder)가 공개한 논평을 통해 발표됐다. 사건의 발단은 12월 5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작됐다. FT는 같은 날 “[비트코인 미투자자에게 보내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며,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유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칼럼에서 엘더는 “우리는 과거 보도에 의존하여 비트코인을 사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에게 유감을 표명합니다. 그러나 정말 미안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당신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면, 그 점은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 고수
파이낸셜타임스는 2011년 6월 첫 비트코인 관련 기사를 발간한 이래, 비트코인을 향해 줄곧 강한 회의론을 보였다. 당시 비트코인의 거래 가격은 15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FT 알파빌은 비트코인을 “비효율적이며 거래 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고, 저장 가치로도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하며 ‘부정적 합게임(negative-sum game)’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의 비판은 주로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 및 실용적이지 못한 유틸리티, 그리고 경제적 주기로부터 독립된 공급 공급량 조정 메커니즘 결여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 경제학자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리스크 관리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마크 윌리엄스(Mark Williams)는 비트코인을 설계한 사토시 나카모토를 두고 “과잉 처방을 남발하는 무책임한 의사”에 비유하며, 비트코인의 경제 순환 무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브라이스 엘더는 최근의 칼럼에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게시한 모든 기사를 지지하며, 비트코인이 가진 근본적 한계에 대한 시각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전통 금융(TradFi)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도 일종의 연대감을 내비치며, “우리의 암호화폐 회의론이 금융기관에 대한 지지로 잘못 해석되었다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공동체의 격앙된 반응
FT 알파빌이 발표한 ‘유감 표명’에 대해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를 ‘코프폴로지(Cope-pology, 비난 이후 변명 섞인 사과)’라 부르며 고분히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사용자는 엘더의 발언을 두고 “그렇게 틀렸으면서도 전혀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 태도가 황당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이를 “가짜 사과”로 일축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과거 비판이 근거 없는 판단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인식 변화와 남은 숙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 지금도, 주요 금융 인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Warren Buffett),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그리고 금융 해설가 피터 시프(Peter Schiff) 등은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를 부정하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대중화와 더불어 미디어의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FT의 ‘사과문’은 단순히 과거 입장에 대한 확인 차원을 넘어 점진적으로 변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전통 경제지의 태도를 반영한 결과물일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사례는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기적 자산을 넘어 금융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