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C, 미국 은행들에 암호화폐 활동 ‘중단’ 요청…법원 문서로 드러난 사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일부 은행들에게 암호화폐 관련 활동을 일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법원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2022년에 보내진 이른바 ‘중단 요청서’는 FDIC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불확실한 규제를 이유로 이를 감독하는 여러 금융기관의 이사회에 전달됐다. 해당 사실은 최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된 정보공개법(FOIA) 소송 관련 문서에서 확인됐다.
FDIC의 요청서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자산 관련 활동을 지속하는 데 있어 규제 측면에서의 명확성이 부족하다며 모든 관련 활동의 일시 중단을 권고했다. 이 편지에는 “추후 FDIC가 암호화폐 자산 활동 참여에 대한 감독 기대치 및 필요한 규제 제출 요건 등을 결정한 뒤 모든 FDIC 감독 은행들에게 이를 통보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해당 요청서에서 은행과 관련된 특정 이름은 삭제되어 공개되지 않았다.
정보공개법 소송과 폭로된 ‘중단 요청서’
이번 법원 문서 공개는 히스토리 어소시에이츠라는 단체가 FDIC를 상대로 제기한 FOIA 소송의 일환이다. 이 단체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의뢰를 받아 FDIC가 특정 암호화폐 기업들과의 관계를 중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정보를 요구했지만 FDIC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소송이 진행되면서 일부 자료가 공개됐으며, 코인베이스의 최고 법률 책임자인 폴 그리왈은 이 문서들이 정부가 암호화폐 기업에 불리한 조치를 취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왈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이번 문서들은 운영 차단 2.0(Operation Chokepoint 2.0)이 단순한 음모론이 아님을 보여준다. FDIC는 여전히 과도한 비공개 처리 뒤에 숨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운영 차단 2.0은 정부가 은행들을 압박해 암호화폐 기업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자 한다는 업계의 주장을 지칭하는 용어다.
운영 차단 2.0의 실체 논란
운영 차단이라는 개념은 본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취약 대출업체와 고위험 활동을 처리하는 은행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에서 유래됐다. 당시 정부는 특정 금융 거래를 제한하거나 차단하기 위해 은행들에게 간접적인 압력을 가했었다. 업계는 이번 사건에서 운영 차단 정책이 암호화폐 기업에 적용된 사례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여러 암호화폐 기업 소속 고위 임원들이 자신들의 은행 계좌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이유로 폐쇄되었음을 밝히며 상황이 더욱 주목받았다. 코인베이스의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11월 27일, FDIC에 제출한 정보공개 요청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정부 관계자가 불법적인 조치를 시행했는지 확인하려 한다고 발표했다.
FDIC의 향후 진로와 금융 규제의 불확실성
FDIC의 의장 마틴 그루엔버그는 2024년 1월 19일 은퇴 예정이다. 이는 새로 구성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하루 전이다. 현재로서는 FDIC 의장의 후임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새로운 수장은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에 미치는 규제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자산 산업 규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법원의 추가 판결과 FDIC 내부 문건의 추가 공개 여부는 암호화폐 산업 규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