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차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포함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기존 전략적 석유 비축(Strategic Petroleum Reserve)과 유사한 개념으로,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과 함께 투자자와 경제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보유하자는 자신의 캠페인 공약을 다시 언급했다. 그의 언급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0만 8,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제정책 발표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의 배경
트럼프는 지난 7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당시 그는 정부가 범죄 수사를 통해 압수한 비트코인을 비축의 초기 자산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러한 비축은 절대 매도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비트코인 분석 사이트 BitcoinTreasuries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는 약 198,000개의 비트코인(약 210억 달러, 한화 약 29조 4,000억 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약 1,979만 개가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공급 한계성은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다른 전략적 비축 자산과의 비교
트럼프가 제안한 비트코인 비축은 이미 운영 중인 미국의 전략적 석유 비축을 떠올리게 한다. 1975년 오일쇼크 이후 설립된 이 비축은 최대 7억 2,700만 배럴의 석유를 지하 저장 시설에 저장하며, 비상 상황에서 사용된다. 정부는 유가가 낮을 때 비축분을 보충하고, 시장 가격이 높을 때 일부를 매도해 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비트코인의 비축은 이런 석유 전략과 유사한 경제적 불확실성 대응책 또는 통화 불안정성 헤지 수단으로써 거론되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공화당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는 5년간 비트코인 100만 개를 구입하는 법안을 제안하며 이를 강조했다.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의 찬성과 반대
찬성론: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타일러 코웬은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가 세계 경제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NG의 경제 연구 책임자인 패드릭 가베이는 비트코인 공급에 대한 일부 통제를 통해 악의적 사용자를 막고, 비트코인이 다른 국가에서 달러의 대안으로 채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론: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비축 자산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라마 바수데반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과 불안정성은 국가 경제 안정을 방해할 수 있으며, 정부가 이를 매입할 경우 납세자들이 부담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트코인이 석유처럼 실질적인 경제적 필수품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베이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은 비트코인의 미국 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명확한 경제적 이점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비축 논의는 디지털 자산이 국제 금융과 통화 정책 내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 금융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암호화폐 및 디지털 자산 관리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강화하거나 디지털 금융에서의 경쟁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