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결제의 발목을 잡다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의 급격한 성장세가 비트코인(BTC)의 결제 활용도를 위협하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한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는 검열 불가능한 결제 네트워크로 만들어졌지만,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디지털 결제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BTC의 결제 사용률이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성과 속도, 그리고 더 낮은 수수료가 이런 트렌드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12월 25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인 ‘센추리 클럽’은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BTC 결제를 위한 지급 단말기를 설치했지만, 실질적으로 회원들이 더 선호하는 결제 방식은 스테이블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웹3 기업 리얼리티+(Reality+)의 토니 피어스 CEO는 “BTC는 대중에게는 더욱 유명하지만, 실생활 거래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자주 사용된다”며 BTC 결제의 활용성 감소를 지적했다.
BTC를 압도하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시장 점유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10.8조 달러(약 14,419조 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으며,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8.4조 달러(약 11,213조 원)를 넘어선 수치다. 비자(Visa)의 데이터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결제액은 지난 2020년 이후 10배 이상 증가해 2023년 기준 2.5조 달러(약 3,340조 원)에 달했다. 이는 페이팔(PayPal)의 연간 거래 규모를 상회하고 있으며,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9조 달러(약 12,015조 원)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연구 책임자인 킴벌리 그로어는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안정성과 유용성 면에서 점점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대중적 성공은 실생활에서의 높은 실용성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BTC 결제가 느리고 비싸진 이유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결제 수단으로서 채택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이유는 높은 수수료와 긴 블록 처리 시간 때문이다. 과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평균 수수료는 60달러(약 8만 원)를 넘어섰던 사례가 있으며, 요즘도 높은 트랜잭션 수수료로 인해 소액 결제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평균 10분 정도 소요되는 블록 시간과 다중 확인 과정은 실시간 결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레이어 2 네트워크, 솔라나(Solana), 트론(Tron) 등 효율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낮은 수수료와 빠른 결제 속도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몇 초 만에 트랜잭션을 완료할 수 있어 실생활에서 더 쉽게 결제에 접목될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BTC 결제를 살릴 수 있을까?
비트코인의 결제 확장성 문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와 같은 레이어 2 솔루션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빠르고 저렴한 소액 결제를 가능하게 하여 BTC 결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코인게이트(CoinGate)의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결제 중 라이트닝 네트워크 비율은 2022년 약 6%에서 2024년 약 14%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들은 사용자 경험을 추가로 개선하기 위해 AI 기반 스마트 루팅 및 유동성 최적화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대중적인 채택은 요원하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성장은 BTC 결제가 실생활로 복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BTC와 스테이블코인의 공존 전망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은 일상 거래와 송금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BTC는 검열 저항성과 장기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하며 독창적인 암호화폐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BTC 구매의 온램프로 활용되면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BTC는 여전히 금융의 자유와 혁신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양자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공존하며 암호화폐 생태계를 확장하는 모습이 향후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탈중앙화 가치와 실용성의 균형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각기 다른 역할을 통해 디지털 결제와 경제 시스템에 기여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글로벌 자산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는 한편,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의 대중적 채택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균형이 유지된다면, 암호화폐는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형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