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기업들에 암호화폐 노출 계획 공개 요청
영국 중앙은행(BoE)이 자국 내 기업들에게 현재 및 미래의 암호화폐 관련 노출 계획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금융 안정성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암호화폐 노출 현황부터 2029년까지의 계획 요구
2024년 12월 12일, 영국 금융감독청인 영국 프루덴셜 규제 당국(PRA)은 기업들에게 암호화폐 자산의 현재 및 예상 노출 현황, 그리고 이를 바젤 규제 프레임워크에 따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PRA는 “이 데이터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금융 안정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기본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PRA는 이번 요청에서 2029년 9월 30일까지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 활동과 계획까지 포함해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비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less blockchain)이나 기타 암호화폐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바젤 프레임워크에 따른 암호화폐 관리 방안
바젤 프레임워크는 국제 결제은행(BIS) 산하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22년 12월에 도입한 것으로, 은행의 자본 요건과 리스크 관리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암호화폐 자산은 리스크 프로파일에 따라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며, 이에 따라 적정한 자본 비율이 산정된다.
이번 PRA의 요청은 이 프레임워크를 실제 기업들이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PRA는 이를 통해 정책 옵션의 비용과 이점을 분석하고, 암호화폐 자산 노출의 적정성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비허가형 블록체인의 잠재적 리스크
PRA는 이번 설문에서 비허가형 블록체인의 사용과 관련한 우려도 언급했다. 즉, 결제 확정성 부족(settlement finality), 결제 실패(settlement failure), 그리고 자산 소유자와 인증 메커니즘 간의 불일치라는 위험 요소를 지적했다. PRA는 “현재로서는 비허가형 블록체인의 사용에 대한 리스크 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이며 이 부분은 계속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의 암호화폐 투자 확대
한편,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암호화폐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3년 11월 29일, 홍콩의 보야 인터랙티브는 약 5000만 달러(약 67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ETH)을 비트코인(BTC)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 일본 투자회사 메타플래닛은 총 6200만 달러(약 9억 5000만 엔)를 모금해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할 계획을 공개했다. 이 회사의 현재 비트코인 보유량은 1142BTC(약 1억 1400만 달러)다.
암호화폐 정책 형성에 중요한 첫걸음
이번 PRA의 요청은 영국이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하기 위한 첫 단계로 보인다. PRA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재적 리스크를 줄이고, 암호화폐 자산과 금융 시스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흐름과 맞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