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반 VC 플라이 벤처스, 1080억 원 규모 펀드 조성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한 벤처 캐피탈(VC) 플라이 벤처스가 약 1080억 원(8000만 유로) 규모의 제3펀드를 출시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조성했던 716억 원(5300만 유로) 규모 펀드 대비 소폭 증가한 규모로, 기술 기반 창업가를 주 타깃으로 한 것이다. 플라이 벤처스는 이번 펀드를 단 한 차례 클로징으로 조성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밝혔다.
초기 단계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
플라이 벤처스는 이번 펀드로 초기 단계 유럽 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은 20억 원에서 80억 원(100만 ~ 400만 유로) 사이의 금액을 투자하며, 스타트업 라운드는 100억 원에서 540억 원(200만 ~ 1000만 유로)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플라이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인 가브리엘 마투슈카는 “우리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이 아직 주목하지 않는 시점에서 두세 해 앞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폭넓은 활동
플라이 벤처스는 파트너쉽 모델을 통해 투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브리엘 마투슈카와 프레드릭 베르겐리드는 각각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등 유럽 주요 도시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독일의 뮌헨과 영국의 런던은 플라이 벤처스의 기술 기반 활로 개척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마투슈카는 “뮌헨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고, 파리는 최근 몇 년 간 기술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및 성과
플라이 벤처스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 활동을 펼쳤다. 지금까지 AI 관련 투자 비율이 전체의 45%를 차지했으며, 산업 기술(35%) 및 개발자 툴 및 인프라(20%)가 그 뒤를 이었다. 플라이 벤처스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는 임상시험 중개 플랫폼인 이나토, 자금세탁 방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살브, 그리고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인 깃가디언이 포함된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웨이브는 최근 소프트뱅크 주도로 1조 4000억 원(10억 5000만 달러)의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완료했다. 또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취약성을 방지하려는 취리히 기반 기업 라케라와 소재 과학을 위한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는 영국의 오비털 머티리얼스에 대한 투자도 진행됐다.
작지만 강한 ‘부티크’ 전략
플라이 벤처스는 규모의 확대보다는 ‘부티크’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대규모 펀드보다는 보다 전문적이고 선택적 방식의 투자 활동을 통해 스타트업과 깊이 있는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마투슈카는 “우리는 규모보다는 질과 잠재력을 중시한다. 이는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엔터프라이즈 및 딥테크 분야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리한 투자 전략으로 플라이 벤처스는 유럽 VC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1080억 원 규모의 펀드는 기술 중심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