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비트(Bybit)의 7억 달러 규모 이더리움(ETH) 매집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가 7억 4,000만 달러(약 1조 584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ETH)을 시장에서 매수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2월 24일 ETH 가격은 5% 하락했다.
지난 2월 21일 발생한 해킹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바이비트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대량의 ETH를 매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 반등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바이비트 CEO 벤 저우는 이번 거래가 의도적으로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도록 위장되었지만, 실제로는 지갑의 스마트 컨트랙트 로직을 변경하여 자금을 빼돌리는 악성 소스 코드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 그룹 라자루스(Lazarus)는 과거에도 탈취한 자산을 서둘러 현금화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의 지갑은 대부분의 중앙화된 플랫폼에서 추적 및 블랙리스트에 등록되기 때문이다.
해커의 의도와는 별개로, 분석가들은 7억 달러 규모의 ETH를 흡수할 수 있는 장외거래(OTC) 데스크나 거래소가 없기 때문에 상당한 매수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위 10개 거래소의 ETH 2% 호가 스프레드를 합쳐도 약 5,200만 달러에 불과해, 7억 달러 규모의 시장 매수는 어려운 일이다.
암호화폐 벤처 캐피털 회사 프레임워크 벤처스(Framework Ventures)의 공동 창립자 밴스 스펜서는 바이비트에 제공된 브릿지론(단기 차입금)이 일시적인 성격이므로, 결국 40만 ETH 이상을 시장에서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페레니얼 랩스(Perennial Labs)의 기고가 Lewi 역시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숏 스퀴즈(매도 포지션 청산)가 발생해 ETH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데이터, ETH 트레이더들의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 시사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ETH 가격은 6.7% 상승하며 2,850달러 저항선을 잠시 돌파했다. 그러나 24일에는 190달러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2,650달러까지 하락했다. 특히, 바이비트가 이미 도난당한 ETH의 50% 이상을 회수했고, 포지션을 완전히 청산했다고 밝힌 이후 하락세가 가속화되었다.
바이비트가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ETH를 매수할 것으로 예상했던 트레이더들이 이러한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 명확해지자 포지션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ETH 가격 부진의 한 가지 이유로 보인다. 대부분의 거래는 장외거래(OTC) 데스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는 수요를 흡수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2월 24일 ETH 선물 미결제약정은 전날 882만 ETH에서 852만 ETH로 감소했다. 이는 강제 청산 규모가 3,400만 달러로 비교적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더들이 레버리지 포지션을 청산했음을 시사한다. 6.7%의 가격 변동은 15배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마진 예치금을 완전히 소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상과도 일치한다.
바이비트 해킹, 이더리움 멀티시그 설정 위험성 부각
바이비트 해킹 사건은 이더리움 생태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을 사용하는 복잡한 멀티시그 설정과 관련된 ‘위험성’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하드웨어 지갑에 비해 불필요한 복잡성과 취약한 방어 메커니즘을 드러냈으며, 수백억 달러를 관리하는 기관조차도 이러한 실패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TH 보유자들의 또 다른 우려는 낮은 2.4%의 조정된 네이티브 스테이킹 수익률이다. 특히 ETH 공급 증가율이 0.6% 인플레이션에 도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참고로, 솔라나(SOL)의 조정된 네이티브 스테이킹 수익률은 4%이다. 이전에는 분석가들이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를 받고 있는 미국 현물 ETH 상장지수펀드(ETF)에 스테이킹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ETH 가격 하락은 바이비트 해킹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트레이더들의 과도한 낙관론, 그리고 미국 현물 ETF에 스테이킹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추가 정보
📌 1. 바이비트(Bybit)
- 개요:
- 2018년에 설립된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 본사는 싱가포르에 위치.
- 높은 레버리지 거래와 다양한 암호화폐 거래쌍을 지원.
- 특징:
-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빠른 거래 속도.
- 최대 100배 레버리지 제공.
- 강력한 보안 시스템과 고객 지원.
- 논란:
- 2024년 2월, 해킹으로 인해 7억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ETH) 탈취 사건 발생.
- 멀티시그 설정의 취약성 문제 제기.
📌 2. 이더리움(Ethereum, ETH)
- 개요:
- 2015년에 출시된 분산형 컴퓨팅 플랫폼이자 암호화폐.
-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다양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 개발 가능.
- 시가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 특징:
- EVM(Ethereum Virtual Machine)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
- PoS(Proof-of-Stake) 합의 메커니즘으로 전환 (이더리움 2.0).
- DeFi(탈중앙화 금융),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 최근 이슈
- 바이비트 해킹 사건으로 인한 멀티시그 설정 및 전반적인 보안 문제에 대한 논란
- 낮은 스테이킹 수익률
📌 3. 라자루스(Lazarus)
- 개요:
-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 그룹.
- 주로 금융 기관 및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 수행.
- 특징:
- 고도의 해킹 기술과 조직적인 범죄 활동.
- 탈취한 자산을 서둘러 현금화하지 않는 경향.
- 대부분의 중앙화된 플랫폼에서 지갑 추적 및 블랙리스트 등록.
- 주요 사건:
- 2014년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 2024년 바이비트 해킹 연루 의혹.
📌 4. 장외거래(OTC, Over-the-Counter)
- 개요:
- 거래소 중개 없이 당사자 간 직접 거래하는 방식.
- 주로 대규모 거래에 활용되며,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 특징:
- 높은 유동성과 익명성 보장.
- 거래소의 호가 스프레드 및 슬리피지 문제 해결.
- 기관 투자자 및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이용.
📌 5. 숏 스퀴즈(Short Squeeze)
- 개요:
- 주식 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공매도(Short Selling)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되는 현상.
- 가격 상승 압력을 유발하여 급등을 초래.
- 발생 조건:
- 높은 공매도 비율.
- 예상치 못한 호재 발생.
- 매수세 유입으로 인한 가격 상승.
📌6. 멀티시그(Multi-Signature)
- 개요:
- 여러 개의 개인 키를 사용하여 트랜잭션을 승인하는 방식
- 단일 키 방식보다 보안 강화
- 주로 기관이나 기업에서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사용
- 장점:
- 단일 키 유출 시에도 자금 도난 방지 가능
- 여러 명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내부 통제 강화
- 단점:
- 복잡한 설정 및 관리 필요
- 설정 오류 시 자금 손실 위험
- 트랜잭션 처리 속도 저하
📌7. 미국 현물 ETH 상장지수펀드(ETF)
- 개요: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된 이더리움 현물 기반 ETF
- 승인 시 기관 투자자들의 이더리움 시장 참여 확대 기대
- SEC 심사 관련 주요 쟁점
- 스테이킹 포함 여부:
- 스테이킹 포함 시 증권성 판단에 영향 가능성
-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성 문제 제기
- 시장 조작 가능성:
- 이더리움 시장의 변동성과 유동성 문제
- 가격 조작 및 불공정 거래 우려
- 스테이킹 포함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