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로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암호화폐 친화적인 폴 앳킨스를 임명하며,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폴 앳킨스, SEC부터 민간까지 폭넓은 경력
폴 앳킨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2년부터 2008년까지 SEC 위원으로 활동하며 혁신과 투자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시 강력한 규제보다는 투자자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의 발언 중 “[SEC는] 과도한 규제를 통해 투자자들의 접근을 제한하거나 불합리한 지시로 투자 결실을 잠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SEC에서 물러난 후 2009년 앳킨스는 금융 컨설팅 업체 파토막 글로벌 파트너스를 설립, 규제 자문과 리스크 관리, 법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22년 초 FTX 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이후 FTX 사태와 관련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앳킨스는 당시 FTX 붕괴를 미국 내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규제 탓으로 돌리며, 산업 내 규제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EC 위원장 임명, 다음 단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앳킨스를 SEC 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의회와 상원은 대통령의 지명에 대해 승인 또는 거부할 권한이 있으며, 일부 논란이 될 수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거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원 은행위원회가 다른 부처와 기관의 인사 검증을 완료하는 일정에 따라, 2025년 3월에 앳킨스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암호화폐 친화적 SEC 정책 기대
앳킨스는 디지털 자산 혁신을 지지하며, SEC의 기존 ‘규제를 위한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명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스테이블코인 법안 및 2021년 통과된 암호화폐 기본 프레임워크(FIT 21) 등 기존의 규제안들을 바탕으로 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공정성과 비례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벌금 제재나 단순히 사건 수를 늘리기 위한 단속보다는 실질적인 결과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변화, 다소 느릴 수 있어
암호화폐 업계는 앳킨스의 임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즉각적인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카 그룹의 창립자 찰린 호는 “트럼프와 앳킨스는 새로운 규제 도입보다는 암호화폐 산업이 활동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법적 절차와 SEC 선례가 있기 때문에, 새로 임명된 위원장이 즉시 규제 정책을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SEC는 코인베이스, 리플, 크라켄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법적 분쟁을 중단하거나 입장을 변경하려면 충분한 법적 근거와 정당성이 요구되며, 앳킨스가 이를 즉시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차별화된 리더십 가능성
앳킨스는 SEC 위원으로 근무할 당시 현재 공화당 위원이자 암호화폐 지지자로 잘 알려진 헤스터 피어스와 마크 우에다를 직접 지도한 바 있다. 이들 간의 오랜 신뢰 관계는 앳킨스가 SEC를 암호화폐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앳킨스는 피어스의 ‘토큰 세이프 하버 법안’을 지지하며, 개발자들에게 규제 등록 전 유예 기간을 제공하는 방식을 옹호해 왔다. 이는 새로운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규제로 인한 압박 없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의 미래
트럼프 행정부 하의 SEC는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며, 규제의 방향과 접근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 산업은 이러한 변화가 투자 및 혁신에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찰린 호 등 전문가들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업계가 이러한 전환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2025년 이후, SEC의 변화와 암호화폐 산업의 방향은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