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재정모니터에서 한국을 국가부채 급증 국가로 지목했다. 1997년 11.9%였던 GDP 대비 부채가 2031년 63.1%로 — 같은 기관의 경고가 25년 만에 되풀이된다.

1997년 11월,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바닥나며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당시 GDP 대비 국가채무는 고작 11.9%였다. 나라 곳간은 멀쩡했다. 문제는 기업과 금융권이 단기 외채로 쌓아올린 부채 더미였다. IMF는 한국을 살렸고, 한국은 2001년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하며 "우리는 극복했다"고 선언했다.
25년이 지난 2026년 4월, IMF가 다시 한국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엔 칭찬이 아니다.
IMF가 15일(현지시간) 발간한 재정모니터 4월호는 선진국 중 국가부채 비율이 "상당히 증가(significant increases)"할 나라로 한국과 벨기에를 콕 집어 지목했다. 이 표현이 한국을 향해 재정모니터에 등장한 건 사상 처음이다. 5개월 전만 해도 "점진적으로 상승"이라고 표현했던 IMF가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숫자는 냉혹하다.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54.4%에서 2027년 56.6%, 2029년 60.1%를 넘어 2031년에는 63.1%에 달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11.9%)과 비교하면 30년 새 5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스페인과 일본이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을 10~14%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1997년 한국의 부채 폭탄은 사실 국가가 직접 만든 게 아니었다. 재벌과 금융권이 쌓은 빚이 터진 것이었다. 그런데 구조조정 비용을 국가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외환위기 이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GDP 성장 속도의 3배를 웃돌았다. 97년 위기의 청구서를 나라가 대신 낸 셈이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지금도 쌓이고 있다.
물론 지금의 경고가 곧 97년의 재현을 의미하진 않는다. 당시는 외환 고갈이라는 즉각적 위기였고, 지금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문제다. IMF 전망치 자체도 반도체 호황과 물가 상승으로 명목 GDP가 커지면서 지난해 10월(2030년 64.3%)보다 2.6%포인트 낮아졌다. 분모가 커진 덕이지, 나라 살림이 나아진 게 아니다.
IMF 재정국 로드리고 발데스 국장은 "재정 완충 여력이 크게 줄어 금융 여건 변화와 시장 심리 변동에 대한 노출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1997년 당시 외환보유액이 30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쪼그라들며 나라가 흔들렸듯, 이번엔 재정 완충재가 얇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형식은 다르다. 그러나 같은 기관이, 같은 나라에, 다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리먼이 무너진 다음 주, 78세의 노인이 체리코크를 마시며 5분 만에 50억 달러의 조건을 불렀다. 그리고 미국 금융의 마지막 어른이 됐다.
스토리 읽기월가 구루와 크립토 고래의 움직임을 매주 요약해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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