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선정 적중률 100%. 12개 공매도 종목이 전부 파산했다. 그런데 6억 달러를 잃었다. 그리고 FOMO에 빠져 30억 달러를 더 잃었다.

1999년 3월, 월가 최고의 매크로 트레이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인터넷 버블의 정점을 정확히 읽었다. 12개 종목에 2억 달러 규모의 공매도를 걸었고, 그 종목들은 결국 단 하나도 빠짐없이 파산했다. 종목 선정 적중률 100%. 그런데 그는 6억 달러를 잃었다.
드러켄밀러 본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저는 12개 종목을 공매도했습니다. 그 회사들은 결국 전부 파산했습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죠."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닷컴 버블은 터지기 직전에 가장 격렬하게 팽창한다. 1999년 봄, 나스닥은 합리적 가치를 이미 한참 넘어선 상태였지만 여전히 수직 상승 중이었다. 드러켄밀러의 공매도 포지션은 3주 만에 6억 달러의 평가 손실을 기록했고, 그는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강제당했다.
"만약 매수 포지션에서 당신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다면 원금의 100%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공매도 포지션에서 예상이 빗나간다면 원금의 10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공매도의 구조적 비대칭성이다. 매수는 최악의 경우 원금 전액 손실이지만, 공매도는 이론상 손실이 무한대다. 주가가 2배, 3배, 10배로 치솟으면 손실도 그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드러켄밀러의 12개 종목은 파산하기 전에 먼저 폭등했고, 그 폭등이 6억 달러를 앗아갔다.
이 사건의 후폭풍이 더 파괴적이었다. 6억 달러를 잃은 드러켄밀러는 30년간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없이 유지해온 자신의 트랙레코드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빠졌다. FOMO(Fear of Missing Out).
1999년 말, 기술주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드러켄밀러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기술주를 롱(매수)으로 쏟아부었다. 공매도로 옳은 판단을 하고도 돈을 잃은 뒤, 감정에 휩쓸려 정반대 방향으로 베팅한 것이다.
결과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약 30억 달러 추가 손실. 같은 버블에서 두 번 당한 셈이다. 한 번은 버블이 터질 것을 알았기에, 한 번은 버블에 굴복했기에.
이 에피소드가 전설로 남는 이유는 드러켄밀러의 전체 커리어 때문이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CIO를 거쳐 듀케인 캐피탈을 운용한 30년간(1981~2010), 그는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사람도 공매도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제 평생 공매도로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공매도로 수익을 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공매도를 좋아합니다. 재미있거든요. 하지만 잘못하면 완전히 박살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절대 함부로 따라 하지 마십시오." (Don't try that at home)
과거의 교훈을 체득한 드러켄밀러의 2026년 포트폴리오는 극도로 신중하다. 2025년 4분기 13F 공시 기준, 그는 메타(META)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대신 골드만삭스(GS)를 신규 편입하며 금융주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AI 주식 비중은 9.4%로 대폭 축소했다. 한때 AI 테마의 수혜를 톡톡히 봤던 그가 비중을 줄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신 S&P 500 동일가중 ETF(RSP), 금융주 ETF(XLF), 브라질 ETF(EWZ) 등으로 분산 이동 중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주목할 포인트도 있다. 드러켄밀러는 쿠팡(Coupang)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월가 최고 매크로 트레이더의 베팅이다.
거시적으로는 미국의 실질 부채가 200조 달러를 초과한다고 경고하며, 재정 파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1999년 닷컴 버블을 정확히 읽었던 눈으로 2026년의 부채 버블을 보고 있는 셈이다.
드러켄밀러의 1999년 에피소드에서 투자자가 가져갈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방향이 맞아도 타이밍이 틀리면 파산할 수 있다. 12개 종목 전부 파산이라는 완벽한 분석도 시장의 비합리적 상승 앞에서는 무력했다.
둘째, 손실 후의 감정이 손실 자체보다 위험하다. 6억 달러 손실보다 그 이후의 FOMO가 5배 더 큰 30억 달러 손실을 만들었다.
셋째, 공매도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다. 매수의 최대 손실은 -100%이지만, 공매도의 최대 손실은 이론상 무한대다. 30년 무패의 드러켄밀러조차 공매도에서는 확실한 수익을 장담하지 못했다.

"왜 15억 달러만 걸었지?" 39세의 드러켄밀러가 보고한 공매도 포지션에, 소로스는 되물었다. 인생 최대의 베팅을 결정하기 직전 72시간의 기록.
스토리 읽기월가 구루와 크립토 고래의 움직임을 매주 요약해 보내드립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인데, 해당 종목들이 파산하기 전에 먼저 폭등했습니다. 주가가 급등하면 공매도 포지션의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어 3주 만에 6억 달러 손실을 기록하고 강제 청산해야 했습니다.
6억 달러 손실 후 30년간 유지해온 무패 기록이 위협받자 FOMO에 굴복해 1999년 말 기술주 버블 정점에서 약 30억 달러를 롱 매수했고, 2000년 버블 붕괴로 추가 30억 달러를 잃었습니다.
메타 전량 매도, 골드만삭스 신규 매입, AI 주식 비중 9.4%로 축소, S&P 500 동일가중 ETF(RSP), 금융주 ETF(XLF), 브라질 ETF(EWZ)로 분산했으며, 한국 쿠팡 비중도 확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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