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가 920만 달러 풋옵션으로 팔란티어에 정조준. 앤트로픽 잠식론 vs 신경계 보완론, 5월 4일 실적이 첫 분수령.

[뉴욕=인텔리뷰] 월가의 전설적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LTR)에 정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그가 920만 달러 규모의 풋옵션을 들고 본질가치는 50달러 미만이라고 선언하면서 한때 207달러를 넘었던 팔란티어 주가는 38% 폭락해 130달러 선까지 밀렸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옹호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5월 4일(현지 시각) 1분기 실적 발표가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버리의 논리는 단순하고 날카롭다. 앤트로픽으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업체들이 더 싸고 빠른 솔루션으로 팔란티어의 기업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앤트로픽이 Claude Managed Agents를 출시하자 팔란티어 주가는 추가로 2% 이상 빠졌다. AI 워크플로우 자체가 LLM에 흡수될 수 있다는 이른바 SaaS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버리가 보유한 풋옵션은 두 종류다. 2026년 12월 만기 행사가 100달러 옵션과 2027년 6월 만기 행사가 50달러 옵션이다. 50달러는 현재가 대비 62%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의 서브스택을 통해 오늘 단 한 계약도 팔지 않을 것이라며 팔란티어는 여전히 심각하게 고평가됐다고 못 박았다.
밸류에이션 지표는 그의 주장을 일부 뒷받침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2배 2026년 예상 매출 대비 주가매출비율(PSR)은 43배에 달한다. GuruFocus는 팔란티어가 적정가 대비 108% 고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내부자 매도다. 최근 3개월간 경영진과 내부자들이 4억 3290만 달러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대편 진영도 만만치 않다. 월가 투자은행 웨드부시는 버리는 명백히 틀렸음이 입증될 것이라며 Outperform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26명의 분석가 중 15명이 Strong Buy 의견이며 평균 목표주가는 198.30달러다. 현재가 대비 약 50% 상승 여력이다.
낙관론의 핵심은 LLM과 팔란티어가 경쟁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것이다. AI 두뇌가 똑똑해질수록 그 두뇌를 기업의 데이터와 운영 환경에 연결하는 신경계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논리다. 팔란티어의 운영체제 격인 아폴로(Apollo)는 인터넷이 끊긴 전장이나 공장 같은 엣지 환경에서도 수백 개 서버를 하루 7만 회 업데이트한다. 이는 API 한 줄로 끝나는 LLM 사업자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다.
실적도 강력한 방패다. 팔란티어의 2025년 연간 매출은 44억 7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4분기 매출 증가율은 70%로 상장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무려 137% 폭증했다.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합산하는 Rule of 40 지표는 127%로 업계 우수 기준선인 40%의 세 배를 넘어선다. 4분기에만 1000만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을 61건 체결했다. 한 조선업체는 미 잠수함 생산용 ShipOS 도입 후 작업 계획 시간을 160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했다.
지난 4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팔란티어는 위대한 전투 능력을 입증했다. 우리 적들에게 물어보라는 글을 올리며 직접 옹호에 나섰다.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방부 신규 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트윗도 추세를 돌리지 못했다. 주가는 장중 잠시 반등했을 뿐 주간 기준 13.7% 하락으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손실은 26~28%에 이른다. 시장이 정치적 메시지보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이라는 펀더멘털을 더 중시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승부의 첫 분수령은 한국 시각 5월 5일 새벽으로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다. 시장 컨센서스는 주당순이익(EPS) 0.22~0.28달러로 전년 동기(0.04달러) 대비 450% 증가다. 회사 측이 제시한 2026년 연 매출 가이던스는 71억 9000만 달러(+61% YoY)다.
관전 포인트는 미국 상업 부문 성장률이다. 100%대를 유지하면 앤트로픽 잠식론은 데이터로 반박된다. 반대로 50%대로 꺾이면 버리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주의할 대목도 있다. 버리가 노리는 것은 주가가 실제로 50달러까지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나리오가 진지하게 거래될 만큼 시장 공포가 확산되는 순간이다. 풋옵션은 만기 전 변동성 확대만으로도 수익이 난다. 실적 발표를 전후로 내재변동성(IV)이 급격히 출렁일 수 있어 포지션 보유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AI 시대에 두뇌 그 자체와 두뇌를 현장에 박아 넣는 인프라 중 어느 쪽이 더 비싸야 하는가에 대한 시장의 첫 답이 5월 4일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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