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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포켓몬 카드의 자산화 (2/2)
이전 화 → 포켓몬 카드 투자 — PSA 등급이 만든 진지한 자산 시장
1만 원짜리 디지털 팩에서 1억 4,500만 원짜리 카드가 나왔다. 솔라나 위 수집품 시장 1년 만에 10배 성장.
어제까지 어린 시절 추억으로만 보였던 포켓몬 카드가, 지금은 블록체인 위에서 1초에 한 번씩 거래된다. 지난 기사에서 우리는 물었다 — 포켓몬 카드는 어떻게 '진지한 돈'이 됐나. 이번 질문은 더 단순하다 — 그 돈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가.

한 달에 217만 장, 줄이 끊기지 않는다
포켓몬 카드 시장에 'PSA(Professional Sports Authenticator)'라는 회사가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보내면 1번부터 10번까지 등급을 매기고 플라스틱 케이스에 봉인해 돌려주는 곳이다. 등급 10이면 거의 새 것, 등급 8이면 살짝 흠집이 있다는 식이다.
이 회사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217만 장의 카드를 등급 매겼다. 사상 처음으로 한 달 200만 장을 넘겼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47% 늘어난 숫자다.
이게 왜 중요한가. 등급이 표준화되면 가격이 표준화된다. PSA 등급 10짜리 차리자드와 PSA 등급 8짜리 차리자드는 같은 그림이지만 가격이 수십 배 차이 난다. 마치 채권에 신용등급이 있어 수익률이 다르듯, 카드도 등급이 다르면 시세가 다르다 — 수집품이 '금융상품'처럼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1만 원 팩에서 1억 4,500만 원이 나왔다
지난달 솔라나 블록체인 위에 있는 'Phygitals(피지털)'라는 플랫폼에서 어떤 사용자가 디지털 팩을 뜯었다. 안에서 PSA 등급 10짜리 차리자드(스카이리지) 카드가 나왔다. 시세 10만 4천 달러, 한국 돈으로 약 1억 4,500만 원짜리다.
Phygitals는 진짜 PSA 등급 카드를 안전 창고에 보관해두고, 그 카드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1대1 연결한다. 사용자는 1달러부터 500달러까지 디지털 팩을 사고, 인터넷에서 클릭으로 뜯는다. 안에 든 카드는 실물로 배송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팔 수 있다.
현재 Phygitals에 토큰화돼 올라간 카드는 6만 장이 넘는다. 누적 거래 금액은 3,0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돌파했고 거래 건수는 50만 건을 넘었다. 재판매 수수료는 1%로, 전통 경매장 수수료(10~25%)와 비교하면 '들어가기 쉬운 시장'이다.
1년 만에 10배 — 솔라나가 카드 시장을 가져갔다
Phygitals 한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솔라나 위에서 거래된 트레이딩카드 거래액은 1억 2,450만 달러였다. 같은 기간 솔라나에서 거래된 '토큰화된 미국 주식' 거래액보다 더 많았다. 사람들이 주식보다 포켓몬 카드를 더 많이 사고팔았다는 뜻이다.
솔라나 블록체인 위에 올라간 '실물 자산' 전체 규모는 지난 4월 25억 달러를 넘었다. 1년 전(약 2억 달러)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자산 안에는 카드뿐 아니라 부동산, 채권, 미술품 등도 포함되지만, 카드가 그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다.
2021년 NFT와 다른 점 — 진짜 카드가 있다
2021년 NFT 붐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갔을 때, 포켓몬 카드를 디지털화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카드 그림만 토큰으로 만들었지 진짜 카드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격이 떨어지면 남는 게 사실상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진짜 카드가 미국·유럽의 보안 창고(브링크스 등)에 실제로 보관돼 있다. 보험까지 들어 있다. 디지털 토큰 가격이 떨어져도 '실물 카드를 돌려달라'고 요청해 받을 수 있다 — 카드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 토큰이 가격이라면 카드는 자산이다.
왜 하필 솔라나일까. 답은 단순하다 — 수수료다. 카드 한 장 가격이 1달러에서 500달러 사이인데 거래 수수료가 10달러를 넘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솔라나는 한 번 거래에 평균 0.00025달러(약 0.35원), 1초에 6만 5천 건까지 처리한다. 이더리움 같은 기존 블록체인은 너무 비싸서 카드 거래에 안 맞는다.
포켓몬 카드가 '담보'가 되는 날
이 흐름의 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다음 단계는 '금융화'다.
PSA 등급이 사실상 신용등급 역할을 하고, 토큰화된 카드가 대출 담보로 쓰이고, 50만 건의 온체인 거래 기록이 '정확한 시세'의 근거가 된다. Phygitals가 쌓아온 거래 데이터는 향후 '카드 담보 대출', '카드 지수 펀드(Card ETF)' 같은 상품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지난 기사에서 우리는 물었다 — 포켓몬 카드는 어떻게 진지한 돈이 됐나. 답은 이제 명확하다. 진지한 돈이 된 포켓몬 카드는, 진지한 금융 인프라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음 질문은 '언제 한국 거래소에도 포켓몬 카드 토큰이 상장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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