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 낙관론의 반대편에 선 한 노투자자의 포지션. 말과 돈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4월 20일, 그가 남긴 한 문장
대체로 지금은 세일 중인 시장이 아니다. 바겐은 극히 드물다.
하워드 막스, CNBC Squawk Box 2026.04.20
CNBC ‘Squawk Box’에 나온 하워드 막스의 발언이다. 닷컴 버블을 미리 짚어낸 투자자, 오크트리 캐피털 공동회장, 그리고 20년간 ‘메모’로 사이클을 읽어온 사람. 그의 한 문장이 다시 시장을 멈춰세웠다.
막스는 이어 말했다. "바겐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빠져나가고 싶어하고, 부적절한 가격이라도 받아들이려 할 때 나온다. 그건 오늘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수치를 꺼냈다. "낙관주의자가 지난 43개월 동안 기본적으로 이겨왔다."
그런데 그의 13F를 열면
말은 메모가 됐고, 메모는 포지션이 됐다. 2026년 2월 공시된 오크트리의 Q4 2025 13F를 펴면, 막스가 입으로 말한 것과 손으로 만든 것이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포트폴리오 총가치 $70.3억, 172개 포지션. 상위 보유는 다음과 같다.
- Expand Energy (EXE): $558.68M, 약 7.95%. 천연가스 회사.
- TORM (TRMD): $527M. 탱커 회사.
- AngloGold Ashanti (AU): $328M. 금광주.
- Garrett Motion (GTX): $298M. 구조조정 특수상황.
- Indivior (INDV): $255M. 제약 가치주.
AI 기업은 없다. 메가캡 테크도 없다. 43개월 랠리를 주도해온 어떤 이름도 상위에 없다.
대신 한 줄이 눈에 띈다. SMH(반도체 ETF) 풋옵션, $311.5M, 865,000주. 그가 "비싸지만 미친 건 아니다"라고 말했던 바로 그 섹터에, 규모 있는 헷지가 걸려 있다.
신규 매수마저 가치 섹터로 향했다
막스는 Q4에 4개의 신규 포지션을 열었다. "아무것도 안 샀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름이 중요하다.
가장 큰 신규 매수는 Viper Energy (VNOM) 약 $240M — 석유·가스 광물권 회사. 그다음은 Telephone and Data Systems (TDS) — 중소 통신사. 나머지 2건도 가치·특수상황 계열이다.
43개월 랠리를 주도한 섹터는 단 하나도 없다. 새로 열어준 포지션마저 기존 보유 테마와 완전히 같은 방향이다.
반면 같은 분기에 23개 포지션을 축소했고 8개를 청산했다. TORM조차 Q3 대비 34.9% 줄였다. 늘린 게 4개, 줄이고 판 게 31개. 자금의 방향은 명확하다.
시간순으로 배열해보면
막스가 말로 남긴 것과 13F에 남긴 것을 시간순으로 맞춰보면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2025년 10월, 그는 AI를 두고 "높지만 미친 건 아니다. 비싸다는 것과 내일 떨어진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달 뒤 12월, 그의 13F에는 AI 노출이 상위에 없는 포트폴리오와 $311M SMH 풋이 동시에 기록됐다.
2026년 3월에는 프라이빗 크레딧을 두고 "시스템 리스크는 없지만, 일부 매니저가 자금을 너무 빠르게 받고 너무 낮은 기준으로 투자해 조정의 무대를 준비했다"고 썼다. 그리고 한 달 뒤 4월 20일, "세일 아닌 시장"이라고 말했다.
네 번의 발언 사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다 — 막스는 버블이라 단정하지 않는다. 쇼트를 선언하지도 않는다. 대신 카운터포지션을 쌓아두고 기다린다.
에너지·원자재로 인플레이션과 공급 타이트니스에 베팅하고, SMH 풋으로 AI 테크의 꼬리 리스크를 헷지한다. 그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견디려 한다.
43개월 랠리의 반대편
생각해보면 기묘한 그림이다. 2022년 10월 이후 43개월 동안, S&P 500은 7,100선을 돌파했고 나스닥은 13일 연속 상승했다. 이 랠리를 주도한 건 AI, 메가캡 테크, 반도체였다.
같은 43개월 동안, 오크트리는 반도체에 풋을 걸었고, 에너지를 최대 비중으로 두었고, 신규 매수는 전부 가치 섹터로만 집어넣었다. 랠리에 참여하지 않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대편에 포지션을 쌓았다.
그가 "바겐이 없다"고 말할 때 그 말이 왜 무게를 갖는지, 그의 자금이 설명하고 있다. 43개월간 틀려왔다는 뜻이 아니다. 43개월간 기다려왔다는 뜻이다.
바겐은 패닉에서 온다
막스의 메모는 한 번도 "지금 팔아라"고 쓰지 않았다. 43개월 전에도, 지금도. 그는 타이밍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리스크-리워드가 기울어질 때까지 포지션을 가만히 붙잡고, 자신의 말과 돈을 같은 방향에 세울 뿐이다.
그가 4월 20일 "세일 아닌 시장"이라 말했을 때, 그의 13F에는 $311M SMH 풋이 있었고 Q4 신규 매수 4건은 전부 에너지·통신·가치 섹터였다.
한국 투자자가 그에게서 가져갈 교훈은 단순하다. 바겐을 찾지 말고 기다려라. 그리고 기다림을 견딜 포지션을 지금 미리 짜둬라. 바겐은 패닉에서 오고, 패닉은 예측되지 않는다.
막스가 인터뷰에서 남긴 또 다른 문장이 있다.
투자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예견되지 않은 것들이다.
하워드 막스
그는 예견하지 않는다. 다만 준비할 뿐이다.
데이터 기준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LP Q4 2025 SEC 13F(2026년 2월 17일 공시). 포트폴리오 가치 $70.3억, 172개 포지션. 상위 보유 EXE $558.68M(7.95%)·TRMD $527.29M·AU $328.16M·GTX $297.96M·INDV $255.06M. SMH 풋옵션 $311.5M·865,000주. Q4 신규 매수 4건(VNOM·TDS 외 2건), 축소 23건, 청산 8건. CNBC Squawk Box 2026년 4월 20일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