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스 펀드가 비트코인 레이어2 시트레아에 1,670만 달러 투자. 영지식증명과 BitVM으로 비트코인 본연의 보안을 계승하는 유일한 L2로 평가. 2조 달러 잠자는 BTC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겠다는 구상.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자본이 실제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비트코인은 지갑에 잠든 채 아무런 경제 활동도 하지 않는다. "이 자본을 움직여라, 비트코인의 보안을 활용하라." 비트코인 레이어2 열풍은 이 단순한 논리에서 출발했다. 수십 개 프로젝트가 쏟아졌지만, 지금 제대로 작동하는 건 손에 꼽는다.
시장이 레이어2에 가장 실망하던 바로 그 시점에,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가 시트레아에 베팅했다. 두 차례 펀딩 라운드를 통해 약 1,670만 달러를 모금했고, 갤럭시와 델파이 디지털 등 업계 유력 투자사도 함께했다. 파운더스 펀드로서는 비트코인 생태계에 대한 첫 투자였다.
파운더스 펀드의 투자 패턴은 일관적이다. 스페이스엑스에 투자했을 때 출자자들은 "미친 짓"이라 했고, 팔란티어 피칭 자리에서는 투자심사역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시트레아 투자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분위기가 아니라 기술적 확신에 근거한 판단이다.
대부분의 비트코인 레이어2가 사이드체인 마케팅에 집중할 때, 시트레아는 영지식증명을 비트코인 위에 실제로 구현하는 문제에 매달렸다. 파운더스 펀드 파트너 조이 크루그는 시트레아를 "비트코인 레이어2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팀과 기술 구조"라고 평가했다.
시트레아의 목표는 명확하다. 잠자는 비트코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 보유를 넘어 대출, 스테이블코인 발행, 탈중앙 금융 전략 실행까지 — 2조 달러의 자본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시트레아 창업팀 이력에 대형 기술 기업이나 유명 프로토콜 이름은 없다. 하지만 작동하는 제품이 있다.
2022년 미국 재무부가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했을 때, 불법 활동과 아무 관련 없는 사용자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시트레아 팀은 영지식증명을 활용해 지갑이 제재 대상 주소와 무관하다는 것을 신원 노출 없이 입증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레일건 다오가 이 기술을 통합했고,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서 대신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내놓고 외부 검증을 받은 것이다. 파운더스 펀드가 "최고의 팀"이라 평가한 데는 근거가 있었다.
대부분의 비트코인 레이어2는 소수의 서명자 그룹에 보안을 맡긴다. 금고를 다섯 명이 관리하고 셋이 동의하면 인출하는 구조다. 빠르고 실용적이지만, 비트코인 본연의 보안을 온전히 이어받지는 못한다. 결국 소수의 정직함에 의존하는 셈이다.
시트레아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택했다. 참여자 중 단 한 명만 정직하면 시스템이 유지되는 구조다. 네 가지 역할이 상호 견제한다.
서명자는 인출 조건을 사전에 암호학적으로 잠근다. 한번 설정되면 변경이 불가능해 운영자가 임의로 조건을 바꿀 수 없다. 운영자는 서명자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인출을 처리할 수 있으며, 담보를 먼저 예치해야 한다. 감시탑은 레이어2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면서, 운영자의 부정행위를 포착하면 증거를 확보한다. 도전자는 감시탑의 증거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직접 부정 인출을 무효화하고, 운영자의 담보를 몰수한다.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세 가지다.
첫째, 영지식 롤업이다. 수천 건의 거래를 오프체인에서 처리한 뒤 하나의 증명으로 압축해 비트코인에 기록한다.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도 거래의 정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영지식증명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다른 레이어2가 낙관적 검증 방식이나 자체 합의 메커니즘을 쓰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트레아는 비트코인 메인넷에 직접 증명을 게시한다.
둘째, 빗브이엠(BitVM)이다. 비트코인은 원래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빗브이엠은 비트코인의 합의 규칙을 일절 수정하지 않으면서 복잡한 검증을 가능하게 한다. 평상시에는 제출된 증명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의가 제기될 때만 비트코인이 직접 검증에 나선다. 일종의 '이의신청 창구'인 셈이다.
셋째, 클레멘타인 브릿지다. 레이어2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은 항상 브릿지였다. 시트레아의 클레멘타인은 빗브이엠2 기술 기반으로, 기존의 멀티시그 의존 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참여자 중 한 명만 정직하면 자금이 안전하다. 기존 방식이 '3명 중 2명이 동의하면 이동'이라면, 클레멘타인은 '전원이 공모하지 않는 한 안전'한 구조다.
여기에 타입-2 영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zkEVM)을 채택해 이더리움에서 검증된 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을 비트코인 위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더리움 생태계의 전략과 도구를 비트코인으로 이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터 가용성도 차별점이다. 시트레아는 비트코인 1층을 데이터 가용성 및 결제 레이어로 직접 활용하며, 모든 거래의 상태 변화를 비트코인 본체인에 기록한다.
결과적으로, 시트레아를 공격하려면 비트코인 자체를 공격해야 한다. 분쟁 기간 동안 전체 해시레이트의 과반을 장악해 도전 거래를 검열해야 하는데, 소수 서명자를 매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다.
올해 3월, 시트레아는 비트코인 생태계 확장을 전담하는 독립 조직인 시트레아 재단을 출범했다. 비트코인 채택 장벽을 낮추고 프로토콜 진화 과정을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끄는 것이 핵심 사명이다. 오픈소스 개발자 지원과 프로그래머블 생태계의 탈중앙화 촉진이 주요 목표다.
생태계는 두 가지 핵심 자산을 축으로 돌아간다.
씨비티씨(cBTC)는 클레멘타인 브릿지를 통해 비트코인과 1대1 담보로 발행되는 자산이다. 시트레아 생태계의 가스비이자 기본 자산 역할을 한다.
씨티유에스디(ctUSD)는 미국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으로, 문페이와 엠제로가 발행한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을 준수하며 160개국을 지원하고, 문페이 네트워크와 연동돼 있다. 비트코인 기반 탈중앙 금융 생태계에서 유동성 표준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됐으며, 비트코인 기반 대출과 기관 신용 거래의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레이어2에서 가장 취약했던 유동성 부재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설계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토큰 발행을 먼저 하고 메인넷을 나중에 여는 순서와 달리, 시트레아는 메인넷을 먼저 열었다. 올해 1월 28일 메인넷 가동과 동시에 두 핵심 자산을 출시하고, 30개 이상의 비트코인 앱을 론칭했다. 초기 기여자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 중인데, 브릿저, 유동성 공급자, 트레이더, 대출자, 수익 전략가, 탐험가 등 6개 역할로 나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스테이킹과 이자 수익에 집중하는 다른 비트코인 레이어2와 달리, 시트레아는 탈중앙 거래소, 예측 시장, 머니마켓, 프라이버시 거래, 결제까지 폭넓은 생태계를 지향한다. 시트레아 오리진스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 프로젝트들이 팀의 직접 지원을 받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다. 총예치금은 약 600만 달러 수준이고, 테스트넷에 참여한 3만 3천 명의 열기가 메인넷으로 온전히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 출범 3개월이 채 되지 않았고, 주요 서비스도 최근에야 가동을 시작했다.
기술적 증명은 끝났다. 고속도로는 깔렸고 신호등도 세워졌다. 문제는 차가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보유자 대부분은 지금 불편하지 않다. 그냥 들고 있으면 된다. "비트코인 위에 만들었다"는 말만으로 지갑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전한 인프라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시트레아에 필요한 건 더 나은 기술이 아니다. 사용자가 아비트럼이나 베이스에서 하는 것들을 비트코인 위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오리진스 프로그램의 탈중앙 거래소, 머니마켓, 프라이버시 거래, 예측 시장 — 이 애플리케이션들이 사용자를 끌어오지 못하면, 인프라는 그저 인프라로 남는다.
아무리 잘 닦인 도로라도, 차가 없으면 빈 아스팔트에 불과하다. 시트레아의 다음 싸움은 더 좋은 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운전자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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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읽기월가 구루와 크립토 고래의 움직임을 매주 요약해 보내드립니다.
BTC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가 비트코인 레이어2 프로젝트 시트레아에 1,670만 달러를 투자한 배경과 기술적 특징을 분석합니다.
영지식증명과 BitVM을 활용해 비트코인 본연의 보안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래밍 가능한 기능을 추가한 유일한 L2라는 점입니다.
약 2조 달러 규모의 비활성 BTC를 DeFi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비트코인 생태계의 가치가 크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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