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1만2,300원 하단 확정에도 시각차 뚜렷…해외는 '승자독식', 국내는 '캐즘 우려'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 운영사업자(CPO) 1위 채비가 공모가를 희망 밴드 하단인 1만2,300원으로 확정했다. 단순 '흥행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관투자자 분포에서 국내와 해외의 시각이 정반대로 갈렸기 때문이다.
20일 IB 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지난 10~16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총 751곳이 참여해 55.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1만2,300~1만5,300원) 최하단인 1만2,300원으로 확정됐고, 공모 주식 수도 당초 1,000만 주에서 900만 주로 10% 축소됐다. 총 공모금액은 1,107억 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5,755억 원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부진한 결과다. 다만 기관 분포를 뜯어보면 양상이 다르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약 70%가 밴드 상단 이상을 제시한 반면, 국내 기관의 약 62%는 하단 이하 가격을 써냈다. 전체 수량 기준으로는 약 38%가 상단에 몰렸다.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내 기관은 지난 3년간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컸던 반면, 해외 기관은 승자독식 시장 구조와 전기차 보급에 따른 '쌓이는 매출'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관의 확신은 공급 측 지표에서 읽힌다. 채비에 따르면 국내 급속충전기 신규 보급 대수는 전년 대비 95% 급감했다. LG, SK, 한화, 롯데, 포스코, KT 등 주요 대기업이 2024~2025년 사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전면 철수한 결과다.
반면 수요 측은 반대 방향이다. 3월 국내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25%로 전년 동월 대비 2.2배 증가했다. 정부가 편성한 급속충전기 보조금 예산도 신규 사업자가 없어 대부분 소진되지 않고 있다.
채비는 직영 급속충전면 약 6,000면과 정부 납품·운영 물량을 포함해 1만 면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관리하고 있다. 1면당 하루 평균 2.8회 이상 회전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인데, 올해 연간 목표치인 2회를 2026년 1분기에 이미 달성했다. 경쟁 사업자 이탈과 완속충전기 의무설치 유예 종료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동률이 목표치를 조기에 넘긴 것이다.
국내 기관이 하단을 찍은 이유도 명확하다. 채비는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로 상장하는 적자 기업이다. 2024년 연결 매출은 1,017억 원, 영업손실은 296억 원. 회사가 제시한 흑자 전환 타임라인은 2026년 4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2027년 영업이익 기준이다.
2026년 공모주 시장 체감도 최악이다. 올해 코스닥·코스피 신규 상장 종목 대부분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했고, 데이원컴퍼니(-44%), 아이지넷(-39%) 등 테슬라 요건 상장사의 급락 사례가 반복됐다.
채비는 이를 의식해 환매청구권을 도입했다. 상장 후 일정 기간 내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 공모가의 90%(약 1만1,070원) 수준에 주관사가 되사주는 구조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삼성증권, 공동주관사는 대신증권·하나증권이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가를 결정했다"며 "상장 이후 핵심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가속화해 실적으로 기업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4월 20일 시작된 일반청약 첫날 온도는 미지근했다. 20일 오전 기준 KB증권 4.16대 1, 삼성증권 4.41대 1의 종합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흥행 IPO들이 첫날부터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최소 청약단위는 10주(증거금 6만1,500원), 기관 의무보유확약 신청비율은 6.49%에 그쳤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은 1,084만6,030주로 전체의 23.18%다. 상장 초기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간이다.
채비의 일반청약은 21일까지 진행되며, 코스닥 상장일은 4월 29일이다. 공모주 시장에서는 국내 기관이 본 '캐즘 국면의 적자 1등'과 해외 기관이 본 '공급 부족 구조의 수혜주' 중 어느 쪽이 단기 주가에 반영될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2026년 4분기 EBITDA 흑자 전환 실제 달성 여부 ▲1면당 하루 평균 충전 횟수가 2.8회를 안정적으로 상회하는지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23.18%가 출회되는 속도다.

2023년 11월 28일 멍거 사망. 99세 생일 33일 전. 그가 마지막 해에 남긴 말들과, 1년 뒤 빈 의자를 옆에 두고 무대에 올라간 버핏의 한 마디.
스토리 읽기월가 구루와 크립토 고래의 움직임을 매주 요약해 보내드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