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 1위의 선전포고 —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 3.0' 전략이 코빗 인수, 자체 메인넷 구축, AI 전환으로 구체화. 주가는 역대 저점 대비 803% 폭등하며 '디지털 자산 플랫폼 기업'으로 리레이팅 중.

전통 금융 1위의 선전포고 "도구로 전락할 것인가, 플랫폼이 될 것인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10월 선포된 '미래에셋 3.0' 전략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 구호를 넘어, 전통 투자은행(IB)의 역량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시장에 이식하는 이른바 '네오 IB(Neo Investment Bank)'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과 가상자산·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생태계에서 매끄럽게 거래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다. 미국 로빈후드(Robinhood)의 통합 뱅킹/투자 모델을 한국과 글로벌 무대에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AI 지능이 생산성을 독점하는 시대에 혁신하지 않으면 도구로 전락한다"며 전사적 AI·디지털 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3.0 전략의 가장 파격적 행보는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한 코빗 인수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엔엑스씨(NXC)와 SK플래닛이 보유하던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을 약 1335억원에 매수, 전체 지분의 92.06%를 취득했다.
주목할 대목은 인수 구조다. 박현주 회장(48.49%), 부인 김미경 씨(10.15%) 등 오너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금융 계열사를 활용해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했다. 현행 '금융·가상자산(금가) 분리' 원칙을 우회하면서도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 생태계를 그룹 내부에 확보하는 포석이다.
코빗 인수 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감지된다. 인수 소식 이후 거래량이 한 달 새 12배 이상 급증했고, 일시적으로 코인원을 제치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 안팎에 머물던 코빗 점유율은 최근 5%로 반등했다.
여기에 가상자산 수탁 전문 법인 '디지털엑스(Digital X)' 출범을 준비하며 거래-보관-운용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완성을 도모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야심은 단순 코인 거래가 아니다.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RWA)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유동화하는 토큰증권(STO) 시장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보고 있다.
국내 규제는 투자자보호·AML·KYC, 문제 발생 시 자산동결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이러한 법적 통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기관 등 허가된 참여자만 장부를 관리하는 컨소시엄형 블록체인으로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태생적 한계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글로벌 토큰증권 생태계가 이미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자체 메인넷을 구축할 때부터 수이(Sui)·앱토스(Aptos)·폴리곤(Polygon) 등 주요 퍼블릭 체인과의 상호운용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실행 단계도 빠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설계와 스마트컨트랙트 개발,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스템 구축 등을 담당할 경력 개발자 채용에 착수했다. 외부 플랫폼 종속을 피하고 수수료·기술통제권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3.0 전략은 조각투자 등 자산 토큰화를 염두에 둔 것이며, 모든 거래 가능한 자산을 쪼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오프라인 지점을 대폭 축소하고 리스크 분석·구조화 역량을 키우기 위한 테크·A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미래에셋증권 내 디지털자산사업본부는 인력을 지속 늘리고 있으며, 최근 AI·블록체인·Web 3.0 인력들에게 스톡옵션을 대거 부여했다.
또한 전 임직원 대상으로 국가 공인 AI 자격증 취득 교육비를 전액 지원, 경영 전략과 업무 전 과정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미래에셋 3.0의 최종 그림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하나로 묶은 글로벌 디지털 월렛을 구축, 전 세계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투자할 수 있는 무국경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밑그림이다. 14개국 해외법인 네트워크를 이미 보유한 미래에셋은 가상자산 현물형·블록체인 테마형 등 16종 이상의 투자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시장은 이 거대한 전환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차트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2026년 4월 15일 기준 미래에셋증권(006800) 주요 지표
차트의 핵심 변곡점은 세 가지다.
첫 번째 급등 구간 (2026년 1월 초):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2.55%(3200원) 상승한 2만8700원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6조 2754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 3.0 전략의 구체화와 코빗 인수 MOU 체결 뉴스가 동력이 됐다.
두 번째 폭등 (2026년 2월): 코빗 지분 92.06% 인수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급가속했다. 52주 고가 77,300원, 저가 56,000원이다. 2026년 2월 말 거래대금 폭증 국면에서 고점 77,300원을 기록했다가 3월 초 글로벌 조정 과정에서 56,000원까지 밀렸다.
세 번째 반등 (2026년 4월): 2026년 4월 14일 장중 주가가 72,500원으로 +11.03% 급등했는데, 이는 2026년 1분기 순이익 1조 3,176억원(스페이스X 평가이익 약 1조원 포함)이라는 역대급 실적 전망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782억원(+182.56% YoY)에 달한다.
즉,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단순히 실적만의 함수가 아니다. '디지털 자산 플랫폼 기업으로의 리레이팅(re-rating)'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약 3.07배로 경쟁사 평균보다 높아, 글로벌 투자 역량과 스페이스X 등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업계 목표주가도 꾸준히 상향되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 증권사가 제시한 미래에셋증권 최고 목표주가는 83,000원(유안타증권)이다. 하나증권은 2026년 4월 7일 목표주가를 81,000원으로 기존 대비 25% 상향하며 "SpaceX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인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입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며, 법이 시행될 경우 지분을 정리해야 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선제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종 인수 완료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인가 절차가 남아있고, 금가분리 원칙을 둘러싼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전통 금융 1위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투기 대상"이 아닌 "차세대 자본시장 인프라"로 공식 선언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미래에셋 3.0은 한국 금융산업의 지형도를 다시 그릴 만한 선언적 이벤트다.
박현주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가 '네오 IB'라는 새 표준을 만들지, 규제의 벽에 부딪힐지 — 2026년의 나머지 시간이 답을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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