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의 체리코크, 워런 버핏이 코카콜라를 산 진짜 이유
1988년 가을, 한 남자가 5년 동안 마신 음료를 주식으로 사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는 그가 나이가 들어 판단이 흐려졌다고 수군거렸다. 그는 1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것은 워런 버핏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단일 투자를 결정한 순간의 기록이다.

1. 블랙먼데이 1년 후
1988년 10월.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두웠다.
정확히 1년 전인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가 하루에 22.6% 폭락했다. 역사상 최악의 하루. 블랙먼데이. 전산 매매와 포트폴리오 보험이 맞물려 시장을 무너뜨렸고, 투자자들은 그 충격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었다.
1988년 내내 시장은 조심스러웠다. 반등은 했지만 느렸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줄인 채 현금을 들고 있었다. "또 한 번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떠나지 않았다.
그런 시장에서, 오마하의 한 남자가 조용히 한 종목을 사기 시작했다.
코카콜라(Coca-Cola, KO).
당시 버핏은 58세였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었고, 이미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그가 1988년 하반기부터 1989년 봄까지 사들인 코카콜라 지분은 총 10억 2,300만 달러어치. 당시 버크셔 순자산의 2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월스트리트가 혼란에 빠졌다.
첫째, 금액이 너무 컸다. 한 종목에 순자산의 4분의 1. 게이코 이후 그의 최대 집중 투자였다.
둘째, 종목이 이상했다. 코카콜라는 이미 100년 된 회사였다. 성장주가 아니라 성숙주였다. 월스트리트 기준으로 보면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주식. 그런데 버핏은 이 주식을 당시 PER 15배에 샀다. 시장 평균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버핏이 너무 비싼 가격에 지루한 주식을 샀다." 이것이 월스트리트의 초기 평가였다.
버핏 본인은 주주서한에 이렇게 짧게 적었다.
"우리는 코카콜라 주식을 상당량 매수했다. 영원히 보유할 계획이다."
2. 5년간 마신 음료
사실 버핏의 코카콜라 매수는 1988년에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5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1985년, 코카콜라가 새 제품을 출시했다. 체리코크. 기존 코카콜라에 체리 향을 첨가한 변형 제품이었다. 출시 직후 버핏은 한 캔을 마셔봤다. 그 후 그는 자기가 마시던 펩시를 끊었다. 평생 펩시 매니아였던 그가.
"이게 더 맛있다." 그의 결정은 그랬다.
그 해부터 그는 매일 체리코크를 마셨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하루 평균 다섯 캔. 그는 지금도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 번 마시는 것과 투자하는 것은 다르다. 버핏이 체리코크를 마시기 시작한 1985년부터 코카콜라 주식을 사기 시작한 1988년까지, 3년의 공백이 있었다.
그 3년 동안 그는 코카콜라를 관찰했다.
무엇을 관찰했는가.
해외 시장 확장 속도. 1980년대 코카콜라는 미국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지만, 해외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었다. 일본, 독일, 브라질, 그리고 특히 새로 열리기 시작한 동아시아 시장들. 버핏은 이 숫자를 분기마다 체크했다.
브랜드의 가격 결정력. 코카콜라는 가격을 올려도 판매량이 줄지 않았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가격 비탄력성"이라고 한다. 버핏의 용어로는 "해자(moat)". 경쟁사가 뚫을 수 없는 방어선.
CEO의 교체. 1981년 로베르토 고이주에타(Roberto Goizueta)가 코카콜라 CEO로 취임했다. 쿠바 출신의 화학공학자. 그는 취임 후 회사를 재편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자사주 매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버핏이 5년간 지켜본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가장 평범한 음료수 회사가, 가장 비범한 경영자 밑에서 변하고 있다는 사실.
3. 뉴 코크 사태
1985년, 코카콜라는 역사상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뉴 코크(New Coke) 출시. 99년간 바뀌지 않았던 코카콜라의 제조법을 바꾼 것이다. 더 달게, 더 부드럽게. 맛 테스트에서 뉴 코크가 펩시를 이긴다는 결과를 근거로 한 결정이었다.
결과는 재앙이었다.
소비자들이 폭발했다. 회사에 하루 1,500통의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남부에서는 시위가 일어났다. 일부 소비자는 기존 코카콜라를 수백 캔씩 사재기했다. 뉴 코크 출시 79일 만에 회사는 원래 제조법으로 돌아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코카콜라 클래식".
월스트리트는 이 사건을 경영 실패로 평가했다. 코카콜라 주가가 휘청거렸다.
그런데 버핏은 정반대로 해석했다.
"이건 브랜드의 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사건이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대부분의 회사는 제품이 바뀌어도 소비자가 신경 쓰지 않는다. 콜게이트 치약의 성분이 바뀌어도 누가 시위를 하는가. 그런데 코카콜라는 맛이 조금 바뀌자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났다. 이것은 단순한 음료수가 아니라 문화의 일부라는 뜻이다.
그리고 경영진이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되돌렸다는 사실도 그는 긍정적으로 봤다. "좋은 경영자는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실수를 빠르게 고치는 사람이다."
뉴 코크 사태가 끝난 후, 버핏의 코카콜라에 대한 확신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4. "왜 더 빨리 사지 않았나"
1988년 가을, 그는 실제로 매수를 시작했다.
매수는 비밀리에 진행됐다. 버크셔의 보유 지분이 SEC 공시 의무 기준을 넘기 전까지, 버핏은 조용히 사들였다. 1989년 초, 지분 공시가 나왔을 때 시장이 뒤집혔다.
버크셔가 코카콜라 전체 주식의 6.3%를 보유하고 있었다. 총 매수 금액 10억 2,300만 달러. 당시로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종목 투자 중 하나였다.
"버핏이 도대체 뭘 보고 저렇게 샀지?"
분석가들이 코카콜라 재무제표를 다시 뒤졌다. PER 15배. 배당수익률 1.5%. 성장률도 폭발적이지는 않음. 수치로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1993년,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자신의 결정을 설명했다.
"내가 1988년에 코카콜라를 산 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내 진짜 실수는 1970년대부터 이 회사를 관찰하고 있었으면서도, 1988년까지 사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15년을 낭비했다."
그는 자기 투자를 칭찬하지 않았다. 자기가 너무 늦었다고 자책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확신이 섰을 때는 이미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위대한 회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훨씬 더 멀리 간다. '약간 비싸다'는 이유로 놓치는 것이, '적당한 회사를 싸게 사는 것'보다 훨씬 큰 실수다."
1988년 10월. 당신이 58세의 버핏이다. 시장은 블랙먼데이 충격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당신 눈앞에 한 종목이 있다. 100년 된 음료 회사. 지루하다는 평가. PER 15배로 시장 평균보다 비쌈. 그런데 당신은 5년 동안 이 회사를 관찰했고, 이 회사의 해자가 거대하다는 것을 안다.
5. 결과
1988년에 매수한 코카콜라 주식의 그 후를 숫자로 보자.
1988년 매수 당시 가치: 10억 2,300만 달러
1998년 10년 후 가치: 약 134억 달러
2024년 말 기준 보유 가치 (배당 제외): 약 250억 달러
10년 만에 13배. 36년 만에 24배. 여기에 그가 지금까지 받은 누적 배당금이 별도로 수백억 달러다.
버크셔가 지금까지 보유한 코카콜라 주식은 매수 당시와 동일한 주식 수다. 한 주도 팔지 않았다. 36년 동안.
버핏이 주주서한에 썼던 그 문장. "영원히 보유할 계획이다." 그는 진짜로 영원히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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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 일화가 우리에게 남긴 세 가지 교훈
첫째, 위대한 회사는 '적당한 가격'에 사야 한다. 가치투자의 원조 벤저민 그레이엄은 "싼 가격"을 강조했다. 버핏은 그레이엄의 제자였지만, 코카콜라 투자에서 스승의 원칙을 일부 수정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적당한 회사를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좋은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훨씬 낫다." 싼 주식만 쫓다가 정말 좋은 회사를 놓치는 것은 투자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다. 당신이 지금 "비싸서 못 산다"고 생각하는 종목이 있다면, 10년 뒤 그 가격을 다시 돌아보라. 지금 가격이 바닥일 가능성이 꽤 있다.
둘째, 충분히 오래 관찰한 뒤에 사라. 버핏은 체리코크를 처음 마신 1985년부터 매수까지 3년을 기다렸고, 실제로는 1970년대부터 이 회사를 봐왔다고 밝혔다. 총 15년 이상 관찰한 회사에 25%를 쏟아부은 것이다. 현대의 개인투자자는 반대로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종목 추천을 본 그날, 또는 그다음 날에 매수한다. 충분히 오래 관찰하지 않은 회사에 큰돈을 넣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정말 사고 싶은 회사가 생겼다면, 오늘 사지 말고 관찰 리스트에 넣어라. 1년 뒤에도 같은 확신이 있다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
셋째, 팔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 있다. 버핏이 코카콜라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은 1988년의 매수 결정이 아니라, 그 후 36년간 팔지 않은 결정에서 나왔다. 매수는 한순간의 판단이지만, 보유는 수만 번의 판단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도, 시장이 흔들릴 때도, 더 좋아 보이는 종목이 나타날 때도, 그는 팔지 않았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반대다. 수익 10%에 팔고, 손실 5%에 판다. 그들이 평생 벌 수 있는 돈의 95%를 스스로 포기한다. 복리의 기적은 매수가 아니라 보유에서 나온다.
7. 체리코크의 현재
2024년, 94세가 된 버핏은 여전히 매일 체리코크를 마신다. 하루 다섯 캔. 버크셔 해서웨이의 코카콜라 지분은 여전히 4억 주, 전체 지분의 약 9.3%. 매수 당시 그대로다.
그리고 2024년 기준, 이 한 종목에서 버크셔가 받는 연간 배당금만 약 7억 7,600만 달러다. 1988년에 낸 돈의 75%를 이제 매년 배당으로 돌려받고 있다는 뜻이다. 원금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
버핏은 2025년 5월 주주총회에서 연말에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후계자는 그렉 아벨(Greg Abel). 버크셔의 새 시대가 시작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코카콜라 주식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버핏이 직접 정한 원칙이다. "아벨에게 넘긴 뒤에도, 이 지분은 유지된다."
1985년에 체리코크 한 캔을 마신 한 남자가. 3년을 관찰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36년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36년 동안 그가 한 일은, 매일 그 음료를 마시는 것뿐이었다.
자료 출처
Berkshire Hathaway Annual Letter (1988, 1989, 1993, 2011)
Alice Schroeder, 『The Snowball: 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 (2008)
Roberto Goizueta 인터뷰, Fortune (1997)
Coca-Cola Company Annual Report (1985-1989)
Robert Hagstrom, 『The Warren Buffett Way』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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