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언트의 재앙 — 40억 달러가 사라진 방법
2015년, 빌 애크먼은 발리언트 파마슈티컬스에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약을 만들지 않고 사서 가격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 의회가 개입했고, 주가는 97% 폭락했다.

발리언트의 재앙 — 40억 달러가 사라진 방법
2015년 가을, 미국 의회에서 한 장의 사진이 돌았다. 에이즈 치료제 다라프림(Daraprim)의 가격이 하룻밤 사이에 1알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올랐다는 뉴스. 5,500% 인상. 그 뒤에는 "약값 인상 머신"이라 불리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고, 그 모델의 가장 큰 회사에 빌 애크먼이 40억 달러를 넣고 있었다. 이것은 빌 애크먼이 발리언트에서 모든 것을 잃을 뻔한 이야기다.
1. 약을 만들지 않는 제약회사
발리언트 파마슈티컬스(Valeant Pharmaceuticals). 캐나다 퀘벡주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
일반적인 제약회사는 신약을 연구·개발(R&D)해서 돈을 번다. 연구에 수년과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성공하면 특허로 보호받으며 높은 가격에 판다. 발리언트의 모델은 달랐다. 발리언트는 약을 만들지 않았다. 약을 샀다.
발리언트의 CEO 마이클 피어슨(J. Michael Pearson)이 만든 전략은 이랬다. 작은 제약회사를 인수한다. 그 회사가 가진 약의 가격을 대폭 올린다. R&D 비용을 극한까지 삭감한다. 수익을 다음 인수에 쓴다. 반복.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발리언트는 수십 건의 인수를 했다. 인수한 약의 가격을 200%, 500%, 어떤 것은 1,000% 이상 올렸다. R&D 지출은 매출의 3% 수준이었다. 일반적 대형 제약회사가 15-20%를 R&D에 쓰는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낮았다.
이 전략이 작동하는 조건이 있었다. 미국의 약값 규제가 느슨했다. 미국은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정부가 처방약 가격을 직접 규제하지 않는 나라였다. 발리언트는 이 구조적 허점을 극한까지 이용한 것이다.
주가는 2008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약 20배 올랐다. 시가총액이 900억 달러에 달했다. 월스트리트는 발리언트를 "제약업의 버크셔 해서웨이"라고 불렀다. 빌 애크먼은 이 이야기에 매혹됐다.
2. 애크먼의 진입
2015년 3월, 애크먼이 발리언트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퍼싱 스퀘어가 발리언트의 최대 주주 중 하나가 됐다. 투자 금액은 최종적으로 약 40억 달러. 퍼싱 스퀘어 전체 운용자산의 약 30%를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것이다.
애크먼이 발리언트에 매혹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피어슨의 경영 능력. 둘째, 밸류에이션 — 인수가 계속되면 수익은 계속 성장하고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 셋째, 앨러간(Allergan) 인수 시도 과정에서 피어슨과 쌓인 신뢰 관계.
2015년 중반, 애크먼은 발리언트에 대한 확신이 절대적이었다. 투자자 서한에서 이렇게 썼다. "발리언트는 제약 산업에서 가장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입니다." 이 문장을 쓴 지 6개월 만에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3. 다라프림의 방아쇠
2015년 9월, 마틴 슈크렐리(Martin Shkreli)라는 32세의 CEO가 운영하는 튜링 파마슈티컬스가 에이즈 치료제 다라프림의 가격을 하룻밤 사이에 5,500% 인상했다. 1알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뉴스가 폭발했다. 슈크렐리는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됐다. 그는 의회 청문회에서 5차 수정헌법(묵비권)을 행사하며 웃었다.
이 사건이 왜 발리언트에 중요했는가. 슈크렐리의 모델이 발리언트의 모델과 본질적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약을 사서 가격을 올리는 것. 규모만 달랐다. 미국 의회가 제약회사의 약값 인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트위터에서 약값 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녀가 트윗을 올린 날 발리언트 주가가 하루 만에 16% 폭락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4. 필리도의 폭탄
2015년 10월,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의 앤드루 레프트가 발리언트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를 발표했다. 핵심: 발리언트가 필리도(Philidor)라는 약국 체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필리도는 사실상 발리언트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회사였는데 이를 공시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보험사에 허위 청구를 한 정황이 있었다.
발리언트 주가가 하루 19% 폭락했다. 애크먼은 처음에는 방어했다. 그러나 정보가 쌓일수록 상황은 나빠졌다. 10월 말, 발리언트는 필리도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시트론의 지적이 맞았다는 인정이었다. 11월, SEC와 연방 검찰이 발리언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주가는 고점 대비 70% 폭락한 상태였다. 애크먼의 40억 달러 투자가 급속히 녹고 있었다.
2015년 11월. 당신이 애크먼이다. 발리언트에 40억 달러를 넣었다. 주가가 고점 대비 70% 폭락했다. SEC 조사가 시작됐다. 어떻게 할 것인가?
5. 애크먼의 선택
2015년 11월. 애크먼 앞에 선택이 있었다. 허벌라이프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다만 방향이 반대였다.
2016년 3월, 애크먼은 발리언트 이사회에 합류했다. 피어슨의 퇴진을 주도했다. 새 CEO 조지프 파파(Joseph Papa)가 선임됐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발리언트의 부채가 300억 달러에 달했다. 인수를 위해 쌓아온 빚이었다. 약값 인상 모델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부채를 갚을 수익원이 사라지고 있었다.
6. 손절
2017년 3월 13일. 애크먼이 발리언트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고 발표했다. 매도 가격은 주당 약 11달러. 그가 매수한 평균 단가는 약 190달러였다. 손실: 약 40억 달러.
퍼싱 스퀘어 역사상 최대 손실이었다. 발리언트는 이후 회사 이름을 보시 헬스(Bausch Health Companies)로 바꿨다.
애크먼은 매도 당일 투자자 서한을 보냈다.
"발리언트에 대한 투자는 제 경력에서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저는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이지 못했습니다. 경영진을 너무 신뢰했습니다. 포지션 규모가 과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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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발리언트의 교훈
발리언트 투자의 실패 원인을 해부하면 세 가지 층위가 보인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을 못 봤다. 약을 연구하지 않고 사서 가격을 올리는 모델. 이것은 본질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모델이었다. 약값 인상이 정치적으로 영원히 허용될 리는 없었다. "이 회사가 실패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세 개만 만들어봐" — "약값 규제 강화"는 반드시 그 세 개 중 하나였을 것이다.
둘째, 포지션 집중도가 과도했다. 운용자산의 30%를 한 종목에. 소수 종목 집중 전략은 맞을 때는 대규모 수익을 내지만, 틀릴 때는 펀드 전체가 흔들린다.
셋째, 매몰 비용의 함정. 40억 달러를 인정하고 나가는 것은 자기 경력에서 가장 큰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사회에 들어가서 "직접 고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것이 멍거가 말한 "매몰 비용 편향(Sunk Cost Fallacy)"이다.
8. 이 일화가 우리에게 남긴 세 가지 교훈
첫째,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말에 속지 마라.
발리언트의 모델은 혁신이 아니었다.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약을 만들지 않고 사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 모델이 진짜 가치를 만드는지, 아니면 기존 가치를 재분배하는 것인지 물어봐라.
둘째, 포트폴리오의 30%를 한 종목에 넣지 마라.
집중 투자는 "완전한 이해 + 레버리지 없음"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위험하다.
셋째, "직접 고치겠다"는 충동을 경계하라.
어떤 회사는 고칠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문제인 회사, 부채가 너무 많은 회사. 이런 회사에 들어가서 "내가 고치겠다"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물을 퍼내는 것과 같다. 때로는 배에서 내리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다.
9. 허벌라이프, 발리언트, 코로나
애크먼의 세 가지 큰 베팅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한 투자자의 진화가 보인다.
- 허벌라이프 (2012-2018): 확신 절대적. 포지션 거대. 기간 7년. 유연성 제로. 결과: 패배.
- 발리언트 (2015-2017): 확신 절대적. 포지션 거대. 기간 2년. 유연성 낮음. 결과: 패배.
- 코로나 헤지 (2020): 확신 조건부. 포지션 작음. 기간 30일. 유연성 극대. 결과: 승리.
패턴이 명확하다. 절대적 확신 + 거대 포지션 + 낮은 유연성 = 패배. 조건부 확신 + 작은 포지션 + 높은 유연성 = 승리.
애크먼이 2020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012-2018년에 두 번 실패했기 때문이다. 리버모어와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리버모어는 네 번 실패하고 바뀌지 못했다. 애크먼은 두 번 실패하고 바뀌었다. 그 변화가 영구적인지, 일시적인지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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