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달러 인수 당시 "승자의 저주"로 불렸던 솔리다임이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반전됐다. 30TB 이상 초대용량 eSSD 독점과 QLC 기술 해자가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71.5%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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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 달러짜리 실패로 불리던 인텔 NAND 사업부가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됐다.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NAND 사업부를 9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적자 사업을 왜 비싸게 사냐." 인수를 주도한 CEO는 이 거래 이후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2023년까지 솔리다임(Solidigm·구 인텔 NAND 사업부)의 대규모 적자가 SK하이닉스 연결 실적을 짓눌렀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거래는 반도체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 서사 중 하나로 재평가받고 있다.
2025년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47조2,063억 원, 영업이익률 49%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2026년 1분기엔 영업이익 37조6,000억 원, 영업이익률 71.5%로 엔비디아(65%)와 TSMC(58.1%)를 모두 뛰어넘었다. NAND 부문은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하며 흑자로 전환됐다.
이 숫자들이 나온 배경에 솔리다임이 있다.
반전의 핵심은 QLC(Quad Level Cell) 기술이다.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해 TLC 대비 동일 면적에서 더 높은 밀도를 구현한다. 그런데 셀 내 전압 레벨 제어 난이도가 극히 높아 경쟁사 진입장벽이 가파르다.
솔리다임(구 인텔)은 2018년 업계 최초로 QLC 기반 SSD를 상용화했다. 2023년 61.44TB, 2024년 11월에는 122TB급 D5-P5336을 양산했다. 30TB 이상 초대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에서 솔리다임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기술의 뿌리는 인텔의 Floating Gate Flash 방식이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주로 쓰는 Charge-Trap Flash와 달리, Floating Gate는 QLC에서 데이터 보존력과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SK하이닉스가 자사의 Charge-Trap 기반 NAND와 인텔의 Floating Gate 기술을 동시에 운용한다는 점은 인수 초기 "시너지가 없다"는 비판의 근거였지만, AI 시대에는 두 기술이 서로 다른 시장을 커버하는 이중 엔진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AI 학습·추론 워크로드의 폭발적 성장은 대용량 고밀도 스토리지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렸다. 솔리다임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100MW 규모 AI 데이터센터에서 QLC SSD는 TLC SSD 대비 19.5%, HDD 대비 최대 79.5% 전력 효율이 높다. 같은 전력 예산으로 HDD 대비 26.3% 더 많은 AI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다.
HDD 공급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QLC SSD로의 수요 이동이 가속됐다. 테슬라를 포함한 빅테크들이 솔리다임 eSSD를 대량 주문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NAND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70% 이상 급등한 것도 이 맥락이다.
SK하이닉스가 인수했을 때 시장이 놓친 것이 있었다. 인텔 NAND 사업부는 단순한 적자 메모리 공장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축적된 Floating Gate 공정 노하우, QLC 상용화 선점,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고객과의 직접 관계가 패키지로 따라왔다.
AI가 데이터센터를 재편하면서 이 자산들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드러났다. 90억 달러를 내고 산 것이 알고 보니 AI 스토리지 시장의 독점권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엔터프라이즈 SSD 매출 기준 전체 1위를 유지하고 있고, 176단 QLC eSSD 라인업을 완성해 반격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30TB 이상 초대용량 세그먼트는 여전히 솔리다임의 독무대다. AI 추론 인프라 확장이 곧 대용량 eSSD 수요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이 선점은 단기간 따라잡기 어렵다.
다음 챕터도 이미 준비됐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 세계 최고층인 321단 4D NAND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쳤다. 200TB를 넘어서는 차세대 eSSD 경쟁에서도 선두를 유지할 기반이다.
핵심 생산 거점인 중국 다롄(大連) 팹이 미중 기술 갈등의 잠재적 병목이다. 인텔이 Optane 관련 잔여 기술 자산을 활용해 메모리 시장에 재진입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된다. 현재로선 재진입 신호는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해졌다. 2020년 SK하이닉스가 90억 달러를 썼을 때 샀던 것은 적자 공장이 아니었다. AI 시대의 스토리지 왕좌였다.
솔리다임은 2018년 업계 최초 QLC SSD 상용화, 2024년 122TB 양산으로 기술 선점이 수년 앞서 있습니다. 기반 기술인 Floating Gate Flash가 QLC에서 데이터 보존력과 내구성이 우수해 초대용량 세그먼트에서 구조적 우위를 갖습니다.
AI 워크로드는 데이터 접근 속도와 전력 효율이 핵심입니다. QLC SSD는 HDD 대비 전력 효율이 최대 79.5% 높고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인프라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HDD 공급 부족도 SSD 전환을 가속했습니다.
솔리다임 생산의 핵심 거점이 중국 다롄에 있어 미중 기술 갈등 심화 시 수출 통제나 운영 제한 리스크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다각화를 검토 중이지만 단기간 대체는 쉽지 않습니다.
QLC는 셀 하나에 4비트, TLC는 3비트를 저장합니다. 같은 면적에서 QLC가 더 높은 용량을 구현하지만 전압 레벨 제어 난이도가 높아 양산 가능한 기업이 제한적입니다. 대용량 데이터 보관이 핵심인 AI 스토리지에는 QLC가 유리합니다.
현재로선 공식 신호는 없습니다. 다만 인텔이 Optane 관련 잔여 기술과 IP를 보유 중이라 정책·시장 환경 변화 시 재진입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실현 시 솔리다임의 Floating Gate 독점 구조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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