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 의장 후보 케빈 워시가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측정법 교체·포워드 가이던스 폐지 등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5년째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개혁 어젠다의 최대 장애물이다.

'체제 전환' 선언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를 웃돌아… 개혁가의 첫 시험대
케빈 워시는 15년을 기다렸다.
2011년 연준 이사직을 스스로 내던진 그는 이후 벤 버냉키의 양적완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2020년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치명적 정책 오류'라고 규정하며 워싱턴 바깥에서 중앙은행의 실패를 고발해왔다. 2026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은 그 15년의 결론처럼 보였다.
4월 21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장에 선 워시는 선언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인들이 겪은 물가 25~35% 폭등은 연준의 치명적 정책 오류가 빚어낸 결과다. 나는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이루겠다."
그러나 개혁가의 첫 번째 적은 언제나 현실이다.
워시가 제시한 개혁의 골자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의 전환이다. 현행 핵심 PCE 대신 '트림드 미디언(trimmed median)'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극단값을 제거하고 중간값으로 물가 흐름을 읽겠다는 구상이다. 둘째,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다. 연준이 금리 경로를 선제적으로 공표하는 관행이 시장 의존성을 키우고 정책 유연성을 해친다는 판단에서다. 셋째, 소통 방식 전반의 개편이다.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해 시장에 대한 연준의 과도한 책임을 덜어내겠다는 것이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생존 근거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
그러나 워시의 해법에는 역설이 숨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 아디티아 바베는 트림드 미디언 방식이 극단치만 제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식료품이나 에너지 가격이 소폭이라도 전반적으로 오를 경우 오히려 코어 PCE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과거 데이터에서도 이 측정법이 코어 PCE를 웃돈 사례가 있다.
워시가 더 정확하다고 믿는 자로 인플레이션을 재겠다고 했는데, 그 자가 더 높은 수치를 가리킬 수 있는 것이다. 2%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기준선 자체가 올라가버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측정 방식 개혁'이 의도치 않게 '인플레이션 악화'로 읽힐 수 있는 아이러니다.
워시는 중장기 해법으로 AI 생산성 혁명을 제시한다. AI가 공급 비용을 낮추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시각이다. 이 관점은 결과적으로 공격적 긴축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시장에서 읽힌다.
그러나 중앙은행가 대부분은 AI 생산성 효과가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 금리 정책에 직접 반영하기 어렵다고 본다. 당장 내년, 내후년의 물가를 AI 기대감으로 잡을 수는 없다. 비전은 있으되 당장의 처방전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문회의 백미는 존 케네디 상원의원의 직격탄이었다. "트럼프의 꼭두각시(human sock puppet)가 될 것이냐?"
워시의 답변은 단호했다. "절대 아니다." 트럼프로부터 금리 인하를 사전에 약속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립성 선언이 독립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법무부의 파월 의장 수사가 완결될 때까지 지지를 유보하겠다며 인준 일정에 변수를 만들고 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청문회에서 통화정책보다 정치적 이슈를 집중 공략했다. 워시가 의장석에 앉더라도,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은 실시간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가 직면한 과제는 숫자로 간명하게 요약된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2022년 6월 9.1% 정점에서 현재 약 3%까지 낮아졌지만, 연준은 5년 이상 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발 유가 충격이 추가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9조 달러에서 6조6천억 달러까지 줄었지만 추가 축소가 필요하다.
개혁 어젠다는 인플레이션이 잡혀야 작동한다. 물가가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하면 시장은 불확실성을 할증해서 받아들인다. 측정 방식을 바꾸면 공신력 논란이 불거진다. 트럼프 압박 속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정치적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워시는 연준을 고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연준을 고치려면, 연준이 실패했다고 그가 비판해온 바로 그 문제, 인플레이션을 본인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 개혁가가 가장 먼저 싸워야 할 적은 외부의 저항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그 문제 자체다.
인텔리뷰 편집국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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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상 극단값을 제거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식료품·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경우 오히려 코어 PCE보다 높게 나올 수 있어 양날의 검입니다.
연준이 금리 경로를 미리 공표하는 관행이 줄어들면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집니다. 채권·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장기 금리 산정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공화당 틸리스 의원의 유보와 민주당의 반대가 변수입니다. 다만 법무부가 파월 의장 수사를 종결하면 틸리스의 지지 유보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어 전반적으로 인준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워시는 인플레이션이 2%에 근접할 때까지 인하에 신중하다는 입장입니다. AI 생산성 개선을 긍정적으로 보는 만큼 공격적 긴축보다는 데이터 의존적 접근이 예상됩니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과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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